겨울철 따뜻한 여행지로 각광받던 동남아 지역 여행 수요가 변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감금 사태 이후 '안전'이 여행지 선택의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면서다. 여행사 패키지 상품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단 인식이 있지만 자유여행객들은 선호 여행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10월 말부터 이듬해 3월 말까지 이어지는 동계 시즌에는 따뜻한 기후와 저렴한 물가를 자랑하는 동남아가 인기 여행지다. 비행시간이 4~5시간 이내로 짧고 경비가 적게 드는 저렴한 여행지로 사계절 인기가 높지만 특히 겨울에 따뜻한 휴양지를 찾는 경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노린 취업사기·납치·감금 범죄에 치안 불안이 확산, 인근 동남아 국가 여행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1일 전국 성인 504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2.4%가 '캄보디아 범죄 사건이 동남아 여행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특히 18~29세 청년층에서 88.3%가 '영향을 미쳤다'고 답해 다른 연령대보다 상대적으로 불안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업계는 대체적으로 동남아 지역 패키지 상품 수요 변화는 평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지미나, 여행 유형별로 전망이 갈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별 여행은 안전을 이유로 대체 여행지를 선택지에 넣을 수 있지만, 패키지 상품은 가이드와 함께 이동하는 만큼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어 예약률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캄보디아 사태 이후 베트남과 라오스가 수요 감소 영향을 받았다. 당분간 안전한 여행이 가능한 곳으로 꼽히는 일본, 중국 등이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내 한 여행사의 11~12월 출발상품 예약률을 보면 전체 기간 기준 일본이 21%로 예약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베트남(20%), 중국(12.9%) 순이다. 그러나 캄보디아 사태 우려가 확산한 10월 신규 예약을 보면 일본이 28%로 가장 높고 중국이 2위(18%)로 올라선 데 비해 베트남은 14%로 다소 줄었다.
업계는 안전한 치안 환경이 일본의 예약률을 끌어올렸다고 풀이했다. 중국은 한국인 대상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이후 입국 편의 개선으로 여행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동남아를 대체할 '따뜻한 여행지'로 괌과 사이판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높은 환율에 현지 물가 상승으로 관광수요가 줄었던 지역이지만, 최근 안전한 휴양지로 인식되면서 예약이 빠르게 회복되는 분위기다.
이랜드파크의 해외 호텔&리조트 법인 미크로네시아 리조트에 따르면 올해 진행하는 얼리버드 프로모션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5% 성장세를 기록했다. 동계 시즌 예약률은 30% 이상 늘었다.
호텔 관계자는 "최근 추워진 날씨로 따뜻한 여행지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사이판을 찾는 고객이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항공편 부족은 여전한 걸림돌이다. 사이판은 인천발 항공편이 1일 1회에 그친다. 현지 호텔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사이판을 찾는 여행객이 항공편이 많아 일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편수가 부족해 일정을 비행기 시간에 맞춰야 해 예약이 쉽지 않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전했다.
여행업계는 지난해 연말 어수선한 분위기에 위축됐던 여행 심리가 올해 동계시즌에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올해 동절기에는 여행비 지출이 전년 대비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투자정보 플랫폼 에픽AI에 따르면 올해 여행비 지출 전망은 연초 대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88포인트) 대비로는 10월 기준 97포인트로 상당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동계 시즌 리드타임(예약일부터 체크인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마감이 빠를 것으로 예상해 일찍 예약에 나선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으로 여행심리가 위축되면서 여행 수요가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는 현지 숙소 예약 시기가 예년보다 빨라지는 추세로 예약이 보다 빠르게 마감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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