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의 '최고경영자(CEO) 서밋'이 역대 최대 규모로 막을 올렸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글로벌 주요 기업인 17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여 경제 현안과 협력을 논의하는 자리다. APEC CEO 서밋은 올해 처음으로 '디지털 자산'를 주제로 한 부대행사를 열었다. 디지털 자산이 조선, 인공지능(AI) 등과 함께 전 세계 경제의 핵심 의제라는 사실을 공식화한 셈이다.
최근 출간된 <비트코인 퍼펙트 바이블>은 기술·경제·정치·철학 4가지 관점에서 비트코인을 탐구하는 책이다. 부제는 '원리와 철학으로 정복하는 비트코인의 모든 것'. 서점가에 쏟아지는 비트코인 관련 책 중에서 기본에 충실해 오히려 눈에 띄는 책이다. 원제 '비트코인의 원리(Principles of Bitcoin)'대로 비트코인의 원리부터 활용까지 설명한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비트코인을 둘러싼 편견과 오해를 걷어내고 그 본질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책"이라며 "새로운 기술과 개념을 두려움과 무지로 치부하지 않고, 제대로 이해하려는 첫걸음을 내딛는 데 이 책만큼 든든한 동반자는 드물 것"이라고 평했다. 원서가 올해 6월 출간된 신간이다.
저자 비제이 셀밤은 옥스퍼드대 법학과,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미국, 영국, 아시아 등에서 20여 년간 경력을 쌓아온 기업 변호사다. 인도와 영국,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골드만삭스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재무 및 기업 법무 부문 책임자를 역임했고, 디지털 자산 업계에서 변화하는 규제 환경에 관한 자문을 제공해왔다.
셀밤은 "사회에서 가장 냉소적인 집단"인 변호사로서 2013년 비트코인을 "온라인 도박에 지나지 않는다"고 무시했던 일화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금 애호가로서 몇 년간 금 투자에 물려 있던 2016년에야 '디지털 금'이라 불리는 비트코인에 대해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비트코인을 처음 이해하려 애쓸 때 접하고 싶었던 유형의 자료를 만들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비트코인의 작동 원리와 특성을 이미 이해한 사람을 위해 집필된 책이 아니다. 재테크 실용서도 아니다. 수시로 출렁이는 비트코인 차트를 해독해주거나 매수·매도 시그널을 짚어주지 않는다. 이 책은 뒤늦게 비트코인의 세계를 이해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입문서다.
"지금까지의 비트코인 서적 가운데 가장 철학적인 책"이라는 외신의 평처럼 일종의 철학서다. 새로운 기술 또는 발상을 마주했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논한다. 예컨대 책은 '전체론적 접근법'을 사용한다. 어떤 대상을 부분으로 쪼개 분석하는 대신에 그 대상이 미치는 영향력과 의미를 경제, 사회, 정치 등 여러 영역에 걸쳐 살펴보면서 가치를 평가한다. 또 금, 법정화폐, 비트코인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비트코인의 예측가능한 희소성과 검증성, 분할성 등 강점을 확인한다.
책은 말한다. "비트코인이 인류의 미래 화폐일까?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비트코인을 전통적인 틀에 맞출 수 없고, 사람들이 판단을 내릴 때 가장 흔히 저지르는 인지적 오류가 둥근 구멍에 네모난 못을 맞추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미국 뉴욕에 기반을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재단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고 있는 알렉스 글래드스타인은 이 책 추천사에서 "2025년의 당신은 기회를 노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면서도 "바로 오늘 비트코인을 배우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은 당신이 내릴 수 있는 가장 현명한 결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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