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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손으로 한땀한땀…원단 품질에 80년 몰두, 감각 대체할 기술 없다"

입력 2025-10-30 17:23   수정 2025-10-31 03:08


“원단은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죠. 어떤 원단을 선택하느냐가 그 사람의 성격, 창의성 그리고 패션 감각까지 드러냅니다.”

그레고 티센 스카발 회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원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938년 설립된 스카발은 ‘로로피아나’ ‘제냐’와 함께 세계 3대 원단 브랜드로 꼽힌다. 1972년 영국 런던 새빌로 중심가 12번지에 매장을 열며 전 세계 맞춤복 시장의 명품 원단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티센 회장은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와의 역사적 협업을 재해석해 최근 공개한 ‘AW25 비전 컬렉션’을 선보이고자 방한했다. 달리는 1971년 스카발의 의뢰로 미래의 남성복을 상상하며 ‘2000년의 남성복’을 주제로 한 회화 작품 12점을 완성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이들 작품은 스카발 디자인팀 손을 거쳐 예술성과 장인정신이 어우러진 새로운 원단 컬렉션으로 재탄생했다.

티센 회장은 원단이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달리가 말했듯 옷은 단지 추위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했다. “어떤 원단을 고르고, 어떤 디자인으로 재단해 옷으로 만들어 입는지는 그 사람의 철학과 행동 양식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이유로 스카발은 원단을 제조하는 실의 굵기, 조직감, 마감 기법 등의 섬세한 디테일에 집중한다. 티센 회장은 “디테일 경우의 수가 많아질수록 그 원단에 담아낼 수 있는 개성의 폭도 넓어진다”며 “원단의 핵심 가치는 섬세한 디테일과 인간의 감각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스카발이 오랜 시간에 걸쳐 신뢰를 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스카발 등 명품 원단 제조사는 제조 공정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날씨, 지역 특성 등에 따라 변하는 원재료로 고른 품질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스카발도 일관된 품질을 어떤 경우에도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 원모 구매부터 방적, 염색, 마감에 이르는 원단 제작 전 과정을 내재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비용 측면에서 보면 일부 공정을 외주화하는 게 유리하지만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 과정을 내재화했다. 이를 위해 스카발 본사가 벨기에에 있음에도 생산은 영국 공장에서 하도록 해 생산 과정의 동선도 최소화했다.

최근 패션산업에서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생산 효율화가 화두다. 하지만 스카발은 그 흐름을 좇지 않고 있다. AI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원단에 녹아 있는 ‘수공예의 미학’은 여전히 사람의 손끝에서 탄생한다는 확고한 철학 때문이다.

3대째 가족 경영을 하는 스카발이 지켜온 가문의 자존심이 깃든 원칙이다. 티센 회장은 “기술은 생산 효율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제품의 완성도와 디테일은 결국 장인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장인정신으로 직조한 스카발 원단은 오래 입어도 변형되지 않는 견고함이 강점이다. 티센 회장은 “고급 원단으로 만든 옷을 한 벌 사는 것이 값싼 옷 여러 벌을 사는 것보다 좋은 선택”이라며 “품질 좋은 옷은 10년 이상 착용할 수 있고, 스스로 자부심을 드높여준다”고 말했다.

티센 회장은 한국이 글로벌 패션업계에서 트렌드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은 음악과 패션 등 여러 측면에서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는 국가”라며 “전 세계 대부분의 젊은이가 한국에 가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우리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쟁력은 눈높이가 높은 소비 시장이라고 했다. 티센 회장은 “한국 소비자는 디테일에 강하고 고품질을 선택할 수 있는 세련된 안목을 갖췄다”고 했다.

티센 회장은 스카발의 목표는 ‘감성적인 가치를 주는 브랜드’라고 했다. 그는 “시대는 변해도 품질에 대한 스카발의 집념은 절대로 변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소이 기자 clai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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