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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테일러 "채촌은 그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

입력 2025-10-30 17:20   수정 2025-10-31 03:05


살다 보면 한 번쯤은 맞춤 양복을 경험하게 된다. 기성복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양복을 맞추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최근 맞춤 양복을 넘어 ‘비스포크’의 시대가 열렸다. 비스포크는 ‘말하는 대로’라는 의미다.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까지 세밀하게 옷에 담아낸다.

서울 청담동 유명 비스포크인 ‘정성비스포크’를 찾아 양복을 맞춰봤다. 정성비스포크는 자체 공방을 갖고 있는 8년 차 비스포크로 업계에서 세밀한 맞춤 양복으로 명성이 높다. 명성 뒤엔 61년 경력의 마스터 테일러 장한종 씨가 있다.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수많은 유명인의 양복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곳에서 양복을 짓는 작업은 신체의 특징과 라이프스타일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서 시작된다. 신체 강점과 약점에 따라 원단의 소재, 색, 디자인 등이 달라진다. 장 테일러는 “스카발, 제냐, 로로피아나 등 아무리 유명한 고급 원단이라도 개인별 신체 특성과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원단이 있고, 그 원단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장 테일러가 기억하는 김 전 회장은 남들과 다르게 보일 만한 양복을 선호했다. 소재, 디자인 등 측면에서 차별적인 개성을 담아내고자 했다. 김 전 대통령은 튀지 않는 차분한 스타일의 양복을 좋아했다고 한다. 양복을 고르는 데서도 소박하고 대중적인 성향이 드러난 것이다. 비스포크에서는 그 사람의 성격, 직업, 평소 움직임 등 일반적인 맞춤 양복에서는 고려하지 않는 세세한 부분까지 디자인에 녹여낸다.

장 테일러가 기자를 채촌했다. 채촌은 단순히 신체 사이즈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다. 테일러가 신체 고유의 특성을 익히는 과정이다. 장 테일러는 “채촌은 고객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채촌이 끝난 뒤 디자인 작업이 이뤄진다.

이후 자체 공방의 전문가들이 수작업으로 양복을 만든다. 두세 차례 가봉 과정을 거쳐 나만을 위한 양복을 손에 쥐게 된다. 이런 과정은 2~3개월에 걸쳐 진행된다.

이승민 정성비스포크 대표는 “디테일한 디자인을 살리려면 비스포크가 자체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최근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자신을 잘 담아낼 수 있는 비스포크 양복을 많이 찾는 추세”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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