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부산 해운대구 KAIST 오토아이디랩 부산혁신센터. 이곳을 방문한 르노 드 바르뷔아 GS1 의장은 전시장에 마련된 모니터 화면을 통해 패션쇼와 영화를 보며 음식, 옷 등을 안내에 따라 터치했다. 바르뷔아 의장의 손길에 따라 인공지능(AI)이 제품을 인식해 디지털제품여권(DPP) 플랫폼에 제품 정보를 나열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GS1이 보유한 바코드 표준이다. 결제 기반의 바코드 정보가 DPP에 따라 고도화해 제품 원료와 유통 상태, 나아가 재활용·재사용 정보까지 확인하는 시대가 열렸다.
이날 부산혁신센터는 바르뷔아 의장 방문을 기념해 DPP 상용화를 위한 다양한 기술을 소개했다. 바르뷔아 의장은 “부산혁신센터는 KAIST 등 GS1과 협력하는 각국 대학이 개발해 제정한 기술 표준을 기업과 협력해 상용화하려고 시도하는 유일한 장소”라며 “신뢰성을 갖춘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과 정부, 시민과 국제사회가 두루 활용하는 접점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GS1은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국제표준기관이다. 오토아이디랩은 GS1이 보유한 전자태그(RFID) 및 설계·조달·시공(EPC) 글로벌 표준 개발 및 연구를 주도하는 곳으로, KAIST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6개 대학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오토아이디랩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시연의 중심은 지역 스타트업 데이터스피라였다. 이 기업은 부산혁신센터의 도움을 받아 DPP 플랫폼 개발을 마무리했다. 전 세계에 유통되는 모든 제품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단 한 가지 표준, 바코드를 이용했다. 기존에 결제 정보만 담던 바코드를 표준화한 디지털 QR코드로 만드는 게 핵심이다.
얼핏 간편해 보이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활용처가 무궁무진하다. 영화 속 음식과 관광 명소, 옷 등을 클릭하면 AI에 의해 제품의 상세 정보를 확인하고 쇼핑까지 할 수 있다. 명품 브랜드는 제품의 유통 이력을 관리할 수 있고, 소비자는 가짜 제품을 손쉽게 가려낼 수 있다. 표준화된 QR코드로 수출입 절차까지 간소화할 수 있다.
부산혁신센터는 데이터스피라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미디어, 로봇 등 다양한 분야로 적용 사례를 확장하고 있다. 부산혁신센터는 2022년 부산에 문을 연 뒤 첫 프로젝트로 지역의 로봇 분야 스타트업 로보원과 사업을 시작했다. 로보원은 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부산혁신센터의 도움을 받아 재활용품 인공지능 식별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미국의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업체에 수출되고 있으며, EU의 DPP 도입 시기에 맞춰 플라스틱 판별 데이터를 관련 플랫폼에 제공할 수도 있다. 김대영 부산혁신센터장은 “디지털 QR코드에 입력되는 다양한 정보는 누구나 식별할 수 있지만 누구도 임의로 조작할 수 없다”며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통해 AI 기술까지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디지털제품여권(DPP)
유럽연합(EU)이 중심이 돼 추진하고 있는 제품 이력·환경 정보 관리 제도를 말한다. 제품의 생산, 유통,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디지털 방식으로 기록 및 공유하는 일종의 전자 여권이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