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 심사를 꼼꼼하게 진행하고 있다. 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스팩 취지에 맞게 설립 단계부터 투명성과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스팩13호는 30일 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다시 신청했다. 전날 자진 철회한 지 하루 만이다. 심사 과정에서 삼성스팩13호 대표를 맡은 송하용 블루웨인브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앞서 상장한 하나34호스팩 대표도 맡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거래소는 한 사람이 여러 스팩의 대표를 맡으면 이해상충 여지가 있고 합병 대상 발굴 등 본질적 업무에도 충실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심사 중인 스팩 또는 설립 예정인 스팩 일부도 대표 변경 등을 검토하고 있다.
스팩 주요 발기인·최대주주의 적격성도 주요 심사 항목이다. 이달 초 메리츠제1호스팩은 예심을 철회한 뒤 다시 신청하는 과정에서 최대주주를 네오영에서 그린노아로 바꿨다. 네오영은 배임·횡령 혐의를 사건이 불거졌던 오스템임플란트를 이끄는 최규옥 회장의 아들 최인국 씨가 최대주주인 회사다.
거래소가 스팩 제도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의지가 반영된 조치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그동안 스팩은 합병 대상 기업이 정해지지 않은 ‘껍데기 회사’로 여겨져 서류상 결격 사유 등이 없으면 대부분 심사를 통과했다. 합병 대상이 확정된 뒤 별도로 합병 심사를 받으면 됐기 때문이다. 올해 거래소 심사 기조에 따라 매년 1건 내외에 그치던 스팩 예심 철회 건수는 벌써 4건으로 늘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관사와 친분이 있는 인물이 아니라 인수합병(M&A)이나 기업가치 평가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 스팩에 참여하는 것이 제도 취지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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