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학기금 및 연기금 등 ‘큰손’ 투자자들이 한국 헤지펀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이 고공행진을 벌이자 국내 헤지펀드에 직접 미팅을 요청하며 자금 집행을 서두르고 있다. 싱가포르 패밀리오피스 같은 기관투자가의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글로벌 큰손들이 한국 주식시장 비중을 확대하려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의 개인 자산을 운용하는 패밀리오피스 아이코닉캐피털은 올해 초 한국 주식 투자를 위해 쿼드자산운용에 1000억원 규모 투자를 집행하면서 국내 시장 투자 신호탄을 쐈다. 작년 계엄 사태 이후 한국 시장에서 투자 기회를 살피던 아이코닉은 ‘코리아 펀드’ 투자를 위해 올초 국내 자산운용사 네 곳을 접촉했고, 이 중 두 곳을 선택해 투자를 완료했다.
이후 글로벌 투자자의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 접촉이 잇따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위원회(ADIC)도 지난 1~2월 비슷한 투자 검토를 했고 3월에 약 3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8월 글로벌 대형 헤지펀드인 밀레니엄매니지먼트는 3746억원 규모의 자금을 빌리언폴드자산운용에 위탁했다.
하버드 대학기금 등 글로벌 스마트 머니의 한국 투자 흐름도 강해지고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는 이달 국내에서 밸류업 정책 입안자들을 비롯해 쿼드자산운용, 얼라이언스파트너스 등 자산운용사와 연이어 미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브이에이자산운용도 최근 40조~50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의 주요 대학 기금과 투자 논의를 하고 있다.
해외 기관투자가는 각자 자금 성향에 맞게 가치주, 배당주에 집중 투자하는 롱펀드나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롱쇼트펀드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한국 증시에 대한 포지션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헤지펀드 운용사도 해외 펀드 출자자(LP) 유치를 위한 세일즈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글로벌 투자자가 한국 주식시장 노출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운용사를 소개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이들은 한국 주식 비중을 급하게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해외 연기금은 한국 헤지펀드에 자금을 맡겨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은 국내 헤지펀드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제도권 연기금의 리스크 관리 기준이 강화되면서 국내 헤지펀드 투자는 사실상 ‘제로(0)’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연기금이 국내 헤지펀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쿼드자산운용, VIP자산운용 등 헤지펀드에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데, 정작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등은 해외 헤지펀드에만 투자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정철/노경목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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