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0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첫 대면에서 두 정상은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경북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오후 6시2분부터 41분간 정상회담을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1일 취임한 뒤 9일 만에 한국을 찾았다.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에게 “총리님께서 지난주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일본에 매우 중요한 이웃이고, 한·일 관계의 중요성은 좀 더 커지고 있다.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며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평소 제가 하던 말과 놀랍게도 글자 하나 다르지 않다”고 하자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격변하는 국제 정세, 통상 환경 속에서 한국과 일본은 이웃 국가이자 공통점이 참으로 많은 나라”라며 “양국이 그 어느 때보다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했다. 미국발(發) 통상 압박으로 글로벌 무역환경 불확실성이 커지고 북·러, 북·중 밀착 등 역내 안보 지형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일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한·일이 앞마당을 공유하는 너무 가까운 사이다 보니 가족처럼 정서적으로 상처를 입는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아베의 계승자’로 불리며 일본 내 강경 우익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다카이치 총리의 과거 정치 행보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 대통령은 “문제는 문제대로 풀고, 과제는 과제대로 해나가야 한다”며 기존의 ‘과거사-미래 협력 투트랙’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일본과 한국은 서로에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화답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금의 전략 환경 아래 일·한 관계, 일·한·미 간 공조의 중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올해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그간 구축해 온 일·한 관계의 기반을 바탕으로 양국 관계를 미래 지향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양국을 위해 유익하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셔틀 외교’를 이어가자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셔틀 외교도 잘 활용하면서 저와 대통령님 사이에서 잘 소통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에게 셔틀 외교 순서상 다음번은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찾을 차례라고 설명하며 “수도 도쿄가 아닌 지방 도시에서 뵙길 바란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한국의 김을 좋아하고, 한국 화장품을 사용하는 다카이치 총리의 취향을 고려해 한국산 화장품과 김을 선물했고, 다카이치 총리는 이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안동시와 자매결연을 한 가마쿠라시에서 제작한 바둑알과 바둑통을 이 대통령에게 선물했다”고 밝혔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카이치 총리도 자신에 대한 한국 내 우려 섞인 시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우호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주=김형규 기자/도쿄=김일규 특파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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