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유 가이즈! 아이 러브 유 가이즈!"
"당신이 이스포츠를 만들었습니다. 당신이 PC 게이밍을 전 세계적 현상으로 만들었습니다. 모든 것은 한국에서 시작됐습니다. 바로 이스포츠에서였습니다. PC 게이밍은 한국의 첫 번째 주요 수출품이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30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K팝 광장에서 열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이 같이 말했다. 황 CEO가 들어서자 행사장에 모인 게임 이용자와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어느 게임 이용자는 엔비디아 주식 창을 카메라를 향해 보이며 황 CEO를 향해 '샤라웃'(shout-out·애정이나 존경의 표현) 했다.
이에 보답하듯 황 CEO는 "여기에 투자자 많은 것 안다. 고맙다"라며 "지포스 없이, (한국의) PC 방 없이, PC 게임 없이 엔비디아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CEO는 앞선 '치맥 회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황 CEO는 "오늘 우리는 치맥(치킨+맥주)을 했다. 한국 프라이드 치킨은 매우 나이스하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치맥 회동을 함께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소개했다. 이 회장과 정 회장도 무대에 올라오자 황 CEO는 이들과 반갑게 포옹했다.
이 회장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왜 이리 아이폰이 많느냐"며 웃으면서 축사를 시작했다. 이 회장은 "25년 전 엔비디아는 삼성 반도체 DDR D램을 써서 지포스 256이란 제품을 출시했다"며 "그때부터 양사의 협력이 시작됐고 젠슨과 저의 우정도 시작됐다"고 말했다. 황 CEO는 "그때 너는 아이였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제가 여기 오게 된 것은 엔비디아가 삼성의 중요한 고객, 전략적 파트너인 것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젠슨 황이 친구라서"라며 "우리 젠슨은 이 시대 최고의 혁신가, 제가 존경하는 경영인이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정말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친구"라고 말했다.
이 회장과 황 CEO는 과거 이건희 회장과의 일화도 공개했다. 황 CEO는 "이메일도 아닌 편지를 주고 받았던 시절에 편지를 주고 받은 게 있다. 그 편지 때문에 한국에 처음 오게 됐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이 회장은 "그게 우리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편지"라고 덧붙였다.
황 CEO는 31일 예정된 '2025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CEO 서밋'에서 엔비디아,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간 중요한 발표도 있을 것이라 시사했다. 황 CEO는 "내일 대단한(rateful) 발표가 있을 거야"라고 되풀이해 말했다. 업계에선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계약 체결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황 CEO는 앞서 "한국을 방문할 때 한국 국민을 정말 기쁘게 해드릴 수 있는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해 업계 안팎 관심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이 회장이 인사말에서 엔비디아를 "삼성의 중요한 고객"이라고 언급한 대목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회장도 유쾌한 축사를 이어갔다. 정 회장은 "그렇게 안 보이지만 두 분 다 저보다 형님"이라며 "어렸을 때부터 아케이드 게임을 계속 해왔다. 미래는 엔비디아 칩이 로보틱스와 차로 들어와서 더 많이 협력할 것 같다. 앞으로 차에서 더 많은 게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게임 산업에 (현대차그룹이) 멀지 않다. 기아가 2019년부터 롤(LoL·리그 오브 레전드)을 후원하고 있다"며 "한국에 지포스 팬이 가장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지포스 행사장에 참여할 예정은 아니었으나 이날 '깜짝 참석'했다. 지포스는 엔비디아 그래픽카드(GPU) 지포스의 한국 출시 2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다.이 회장의 지포스 행사 참여는 엔비디아와 삼성전자의 공고한 협력 관계를 가시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퍼포먼스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HBM3E는 전 고객 대상으로 양산 판매 중이고 HBM4도 샘플을 요청한 모든 고객사에게 샘플을 출하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HBM3E 12단 납품을 공식화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황 CEO는 또 "우리는 삼성, 현대차와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엔비디아에게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중요한 협력사다. 양사 모두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인공지능(AI) 가속기와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기 때문이다.
황 CEO는 지포스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 아니었으나 한국 게임 이용자를 만나 감사의 말을 전하기 위해 축사 일정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황 CEO는 APEC 참석을 위해 다음날 경주로 향한다.
황 CEO는 대한상공회의소 주관으로 경주에서 진행 중인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경제포럼 '2025 APEC CEO 서밋'에 참석해 엔디아의 AI,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 자율주행 기술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엔비디아의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황 CEO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네이버 등 국내 기업과 협력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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