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551.06
(25.58
0.57%)
코스닥
947.39
(8.58
0.9%)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치매 진단받은 아버지 유언 무효일까요"…유산은 누구 몫? [노종언의 가사언박싱]

입력 2025-10-31 09:03   수정 2025-10-31 09:14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롯데그룹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사진)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그의 '판단 능력'이 쟁점이 됐습니다. 법원은 2016년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하다"며 한정후견 개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재산 및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의사능력 검증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환기시켰습니다.

재벌가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이런 문제는 점점 늘고 있습니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치매 노인의 재산 처분과 유언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경험한 사례 중에는 중증 치매 노인을 휠체어에 태워 인감증명서를 발급받게 한 뒤 부동산을 증여받거나 유언 공증을 받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법원은 당시 노인에게 '의사능력'이 없었다고 보아 이를 무효로 판단했습니다.
치매 진단 = 무능력자?

법률행위가 유효하려면 행위자에게 '의사능력', 즉 자기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 필요합니다(대법원 2001다10113 판결). 유언의 경우, 유언의 취지와 법률효과를 이해하는 '유언능력'이 요구됩니다. 이는 고도의 능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법원은 유언 당시의 판단능력, 질병 상태, 유언 내용, 작성 당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오해가 '치매 진단을 받으면 곧바로 의사무능력자'라는 인식입니다. 하지만 치매는 증상이 다양하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치매 진단만으로 곧바로 유언능력을 부인할 수 없으며, 유언 당시의 구체적 상태를 판단해야 한다고 봅니다(제주지법 2018가단50637 판결).

K-MMSE(한국형 간이정신상태검사) 등 치매 검사 결과 역시 중요한 참고 자료이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서울남부지법 2016가합100677 판결). 핵심은 '법률행위 당시'의 실제적인 판단 능력입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나
법원은 유언자의 치매 중증도, 유언 당시의 구체적인 정황, 그리고 유언 내용의 합리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유언능력 유무를 판단합니다.

중증 치매 상태로 독립적 판단이 불가능했다면 유언능력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언공정증서 작성 전후로 중증 치매(예: MMSE 10점)에 해당하여 지남력과 판단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경우, 법원은 유언 당시 의사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서울고법 2017나2006021 판결).

또한, "사회상황에 대한 이해, 독립적인 판단에 곤란이 있는 상태"라는 구체적인 의학적 소견이나 정신감정 결과가 있다면 유언능력이 부정됩니다(서울남부지법 2016가합100677 판결).

반면, 경도 인지장애 수준이거나 유언장 작성일로부터 상당한 시일이 지난 후 치매 치료를 시작했다면, 유언 당시 의사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봅니다(수원지법 안양지원 2020가합103813 판결).
유언 당시의 정황과 의사소통 능력


유언 당시 명확한 의사소통이 가능했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합니다. 치매 진단을 받았더라도 유언장 작성 당시 자신의 인적 사항을 명확히 대답하고 유언 내용도 직접 구술한 후 서명, 날인까지 하였다면, 유언능력을 상실한 상태로 보지 않습니다(서울중앙지법 2019가합540737 판결).

특히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유언공증)은 유언능력 입증에 유리합니다. 공증인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유언자의 의사능력을 확인하고 유언 취지를 구수(口授)받아 작성한 경우, 중증도의 치매 상태였더라도 판단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아 유언능력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부산고법 2021나57752 판결).

유언 내용이 종래 의사와 현저히 배치되는 경우 유언능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망인이 평소 공평한 분배 의사를 밝혔으나, 치매 증상을 보이던 중 특정 자녀들에게만 재산을 유증하는 내용으로 유언공정증서가 작성된 경우, 법원은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대구지법 2015가단20527 판결).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사전준비의 중요성
분쟁을 예방하고 고인의 진정한 의사를 존중하기 위해서는 실무적 대비가 필요합니다.

첫째, 중요한 법률행위를 할 경우, 그 시점에 가까운 시기의 객관적인 의학적 소견(진료기록, 의사 소견서 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둘째, 자필증서보다는 공정증서에 의한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공증인이 유언자의 의사능력을 확인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사실은 향후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셋째, 유언 내용의 합리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평소 고인의 의사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은 추후 유언능력 부정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고령화 시대에 치매 관련 법적 분쟁은 더욱 증가할 것입니다. 관련 법리와 판례의 기준을 명확히 이해하고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는 것만이 불필요한 갈등을 막고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지키는 길일 것입니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