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행복이 뭐 이렇게 맛있는 것을 먹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15년 만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최고경영자(CEO) 서밋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30일 저녁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치맥'(치킨과 맥주) 회동을 가졌다.
이 회장은 약 한 시간 10분가량 진행된 이날 회동 분위기를 전하며 '행복은 별다른 게 아니다'란 취지로 이같이 말했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재계 거물들의 회동에서 나온 소박하지만 진리를 담은 행복론에 시민들은 "요즘 너무 불행하고 힘들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었는데 이 회장의 저 말이 심금을 울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시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통해 "이재용 회장 근처도 안 될 수준이지만 그래도 저 나름 많은 걸 이루고 사는 편인데도 굉장히 요새 우울했다"면서 "너무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재용 회장의 저 말을 듣는 순간 '내가 행복의 기준을 잘못 찾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재용 회장님도 저런 마음으로 사는데 하물며 이렇게 보잘것없는 나는 너무 거창한 행복을 추구한 게 아니었나 반성이 됐다"면서 "이재용 회장의 행복 별거 아니라는 이 말은 진짜 진심인 거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날 세 사람이 만난 깐부치킨의 '깐부'는 친한 친구를 뜻하는 속어인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조연 이름이기도 해서 널리 알려졌다. 격식 없는 만남의 회동 장소를 이곳으로 선택한 것은 세 사람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시민들은 이날 술자리 계산을 과연 누가 할 것인지에도 관심을 가졌다.
셋이 현대카드, 삼성카드, 그래픽카드는 내는 것 아니냐는 재치 넘치는 반응도 나왔다.
이날 황 CEO는 가게 내부 손님들에게 "1차는 이들이 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오늘 내가 다 살게요"라고 했으나, 시민들은 '젠슨 황'을 연호했다. 이를 들은 황 CEO는 "이 친구들 부자다"라고 다시 강조했다. 이에 이 회장은 "많이 먹고 많이 드세요"라고 화답했고 정 회장은 "2차는 제가 내겠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황 CEO가 "에브리바디, 디너 이즈 프리(Everybody, dinner is free)"라며 골든벨을 울렸다. 매장 안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결국 이 회장 측이 옆 테이블들까지 약 180만원을 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기준 이날 치맥 멤버들의 자산은 황 CEO 2380조, 이 회장 15조, 정 회장 6.3조원에 달한다.
치킨이 나오자 이 회장은 순살을, 정 회장은 닭 다리를 집어 들고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치킨도 맥주도 좋아한다고 밝힌 황 CEO는 야무지게 뼈를 발라내는 모습으로 친근감을 줬다.
이 회장은 "치맥을 해 본 게 10년쯤 된 것 같다"고 하자 정 회장은 "나는 자주 하는데"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치맥 회동이 파한 후에도 세 사람의 '절친 모멘트'는 이어졌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이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그래픽카드(GPU) '지포스'의 한국 출시 25주년 기념행사 무대에 깜짝 게스트로 등장했다. 무대에 오른 세 사람은 어깨동무하며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자신을 촬영하는 관객들을 보며 "감사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아이폰이 많아요?"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정 회장은 "제가 이래 보여도 여기서 막내"라고 강조하며 "아들이 롤(LoL·리그 오브 레전드)을 너무 좋아해서 옆에서 같이했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미래에는 엔비디아가 로보틱스와 차에도 들어와 더 많이 협력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차에서 더 많이 게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자율주행차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기아자동차가 2019년부터 LOL 후원하고 있고 기아 D플러스와 유럽 나인클라우드 등 후원하고 있다"면서 "게임 많이 하셔서 엔비디아도 저희도 잘 되도록 도와달라"고 발언을 마쳤다.
황 CEO는 본격적인 행사를 진행하면서 한국에 대한 찬사를 이어갔다. 그는 "한국인들이 e스포츠를 만들었고, 당신들이 PC 게임을 국제적인 현상으로 만들었다. 모든 것이 여기, 한국에서 시작되었다"며 "한국의 e스포츠, PC방, 게이머들이 지금의 엔비디아를 있게 했다"고 극찬했다. 이어 "이제는 아무도 팝이나 로큰롤, 재즈를 듣지 않는다"면서 "세계인이 지금 뭘 듣는지 아는가? 모두 K팝을 듣는다"고 했다.
젠슨 황은 한국 방문을 앞둔 지난 28일(현지시간) 엔비디아 기술 콘퍼런스 'GTC 2025' 현장에서 "한국 국민을 기쁘게 해드릴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한국 기업들과 어떤 협력을 기대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삼성, SK, 현대, LG, 네이버"를 언급하며 "한국 생태계를 보면 모든 기업이 나의 친구이자 매우 좋은 파트너"라고 답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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