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값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 가운데 하나다. 2008년부터 주간 단위 아파트 매매와 전세가격지수를 발표해오고 있다. 올 들어 “집값에 다시 불이 붙었다”는 뉴스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주간 변동률을 보면 10억원 아파트 기준으로 수백만원의 가격 변화에 불과하다. 주간 시세가 실제 가격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언론과 시장은 “집값이 반등한다”는 식으로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정부는 이 통계를 바탕으로 부동산 대책과 같은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주간 단위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쓰고 있다. 하지만 주간 아파트 가격 통계의 장점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주간 시세를 없애는 게 과연 맞는 것일까.
시장심리를 왜곡하는 것도 문제다. 0.1%의 시세 변동은 실제로는 몇백만원 정도의 가격 변화에 불과하지만, 언론은 이를 ‘서울 아파트값 반등’ ‘매수세 확산’ 등으로 해석한다. 이 뉴스를 토대로 매도자는 호가를 올리고, 매수자는 지금이라도 추격 매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 심리에 빠진다. 결국 주간 통계 자체보다 해석이 시장을 움직이는 ‘꿈보다 해몽’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속도에 집착하면서 신뢰성을 희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간 단위로 발표하다 보니 정부나 국민 모두 매주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이 때문에 시세를 조작하는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부동산원 통계가 실제 시장과 동떨어졌다는 논란이 불거진 게 대표적이다. 실거래가가 급등하는데도 통계에는 보합이나 미미한 상승으로 나타난 경우가 있었다. 결국 감사원은 2022년 “부동산원 통계 작성 과정에 문제 소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집값 통계를 불신하게 됐고, 이는 곧 정책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졌다.
국제적 기준과의 괴리 문제도 생각해봐야 한다.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은 월간이나 분기 단위로 집값 통계를 발표하고 있다. 주간 단위로 집값 시세를 내놓는 나라는 사실상 한국뿐이라는 얘기다.
주간 통계는 민간 지수와 균형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현재 금융권과 시장 참여자들이 가장 많이 참고하는 민간 지표는 KB국민은행 시세다. KB시세는 전국 4000~5000개 협력 공인중개사 네트워크에서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다. 각 지역 중개업소에서 거래 사례와 호가를 수집해 지수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 지표는 신속성 등 장점이 있지만, 시세가 실제 거래 가격보다 매도자의 희망 가격에 치우칠 가능성도 있다. 반면 한국부동산원 지수는 정부가 직접 선정한 2만여 표본 아파트를 기반으로 한다. 전문 조사원이 현장에 투입돼 동향을 파악하고, 거래가 없으면 과거 실거래가와 주변 단지 시세를 참고해 평가액을 산출한다. 다소 보수적이고 즉시성은 떨어지지만, KB시세보다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표본 수와 조사 방법의 차이 때문에 KB시세는 시장 분위기를 빠르게 읽는 데, 부동산원 지수는 공신력 있는 정책 자료로 각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KB시세는 은행 담보대출 심사나 금융회사 자산평가 등 실무 현장에서 많이 활용되고, 부동산원 지수는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수립을 위한 통계로 사용된다. 이렇게 역할이 분담된 상황에서 부동산원 주간 통계를 없애면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 변동성이 큰 민간 지표만으로 정책을 수립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제도 개선에 앞서 집값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아파트도 재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경제성장과 함께 가격이 상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단지 아파트만 ‘투기 대상’으로 간주해 절대 가격이 올라서는 안 된다는 시각은 시장 논리에 어긋난다. 주식이나 금값이 오를 때는 가만히 있으면서, 아파트값만 오르면 곧바로 규제와 대책을 반복해 내놓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단기간의 집값 변동률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이고 일관된 공급 등 주택정책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서욱진 논설위원 venture@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