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를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역량을 바탕으로 엔비디아의 시뮬레이션 플랫폼 '옴니버스' 기반의 디지털 트윈 제조 환경을 구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향후 수년간 5만 개 이상의 엔비디아 GPU를 도입해 제조 효율성과 품질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AI 컴퓨팅 기술 '쿠리소(cuLitho)' 등을 도입해 공정 시뮬레이션 속도를 20배 향상시키는 등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SK그룹은 아시아 최초로 엔비디아 옴니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제조 AI 클라우드'를 구축한다. SK하이닉스가 도입하는 엔비디아 최신 GPU 2000여 장을 시작으로, 그룹 전체적으로 5만 장 이상 규모의 AI 인프라를 확보할 방침이다. SK가 구축하는 제조 AI 클라우드는 그룹 관계사뿐 아니라 국내 스타트업과 공공기관에도 개방돼 대한민국 제조업 생태계의 AI 전환을 이끌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경북 경주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CEO 서밋에서 만나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AI가 한국 산업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며 "제조, 통신, 반도체 전 분야에서 AI 기반 혁신을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전날 황 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3자간 깐부 회동에 불참했지만, 이날 황 CEO와 별도 만남을 가졌다.
이러한 신뢰는 엔비디아의 약점으로 꼽히는 '대만 TSMC 의존' 문제를 해결할 열쇠로도 작용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칩 생산을 TSMC에 전적으로 의존해왔으나, 지정학적 리스크와 가격 협상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삼성 파운드리는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HBM 협력을 통해 삼성의 기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확인한 엔비디아가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손을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생태계인 'NV 링크퓨전' 생태계에 삼성 파운드리가 파트너사로 합류한 것도 협력 강화의 연장선상이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플랫폼 '젯슨 토르' 등을 활용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와 자율화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SK는 더 이상 엔비디아가 정한 사양에 맞춰 부품을 공급하는 수동적인 공급사에 머무르지 않는다"며 "AI 팩토리부터 로봇 등에 이르기까지 미래 기술의 방향을 함께 설정하고 표준을 만들어가는 '시스템 공동 설계자'로 위상이 격상됐다"고 평가했다.
김채연/경주=박의명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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