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혼다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지난 28일부터 멕시코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미국과 캐나다 공장도 27일부터 감산에 들어갔다. 넥스페리아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유럽 자동차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폭스바겐은 필수 부품 부족으로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골프’ 생산 중단을 검토 중이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도 넥스페리아 부품을 사용해 사태가 길어지면 생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넥스페리아는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 숨은 강자로 꼽힌다. 개별 단가는 낮지만 자동차 전장(전자장치)과 전자기기에 없어선 안 될 각종 필수 반도체 부품을 생산한다. 예컨대 자동차 한 대에는 넥스페리아 반도체 부품이 수백 개 들어간다. 라이다·레이다 등 각종 센서, 차량용 네트워크, 에어백, 브레이크 잠김 방지 시스템(ABS), 조명, 냉각팬 등 거의 모든 자동차 전장에 넥스페리아 부품이 활용된다. 넥스페리아는 반도체 소자인 ‘스몰 시그널 다이오드’ ‘스몰 시그널 모스펫’ 등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당시에도 넥스페리아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기업이었지만 네덜란드 정부는 중국 기업의 인수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2018년은 서방과 중국 간 기술 갈등이 지금처럼 첨예하지 않았고, 넥스페리아 부품이 범용 제품이다 보니 보안 우려가 크게 제기되지 않았다.
기술 안보 논란은 2021년 처음 불거졌다. 당시 윙테크는 반도체 사업 확장을 위해 영국 반도체 웨이퍼 기업 ‘뉴포트웨이퍼팹’을 인수했다. 하지만 미국이 압박하고 영국에서도 국가 안보 우려가 커졌다. 결국 영국 정부는 2022년 국가안보법을 발동해 윙테크에 뉴포트웨이퍼팹 지분 매각을 명령했다. 서방 국가가 중국 자본의 반도체 자산 인수를 강제 철회시킨 첫 사례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유럽은 넥스페리아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윙테크를 수출 통제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이 윙테크와 자회사에 첨단 기술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이번 사태가 언제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윙테크는 “넥스페리아 중국 공장의 수출 재개 합의에는 해임된 장쉐정의 CEO 복귀와 경영권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고 네덜란드에 요구했다. 네덜란드와 중국 정부도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중재에 나설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네덜란드 정부는 윙테크 요구에 선을 긋고 있다.
네덜란드 경제부는 “장쉐정의 행동은 넥스페리아의 생산 역량과 지적 재산 지속성에 심각한 위협을 가했다”며 “(정부 조처가 없었다면) 회사의 유럽 사업장은 사실상 단기간에 사라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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