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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젠슨 황의 '소폭'

입력 2025-10-31 17:35   수정 2025-11-01 00:16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만든 소폭(소주·맥주 폭탄주)은 한국인의 오랜 벗이다. “맥주 탄산의 청량감, 소주의 타격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게 주당들의 평가다. 가격도 저렴하다. 지갑이 가벼운 샐러리맨도 퇴근길에 치킨에 소폭 두세 잔은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소폭이 처음 탄생한 것은 전두환 정부가 언론 통폐합을 단행한 1980년이라는 게 정설이다. 해고된 기자들이 “언론도 통폐합되는 마당인데 소주랑 맥주도 합치자”며 두 술을 섞어 마시면서 소폭 레시피가 일반에 알려졌다. 당시 이 술은 ‘통폐합주’로 불렸다.

소폭이 ‘접대용 술의 정석’으로 통하던 양폭(양주·맥주 폭탄주)을 밀어낸 건 2000년대 들어서다. 기업인이 법인카드로 50만원 이상을 쓰면 자리를 같이한 이들의 이름과 소속 회사 등을 적도록 한 ‘접대비 실명제’가 2004년 시행되면서 값비싼 양폭의 소비가 확 줄었다. 실명제는 2009년 폐지됐지만, 양폭의 시대는 다시 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독한 술을 꺼리는 젊은 소비자가 늘고 직장 내 여성 비중이 크게 불어난 영향이 컸다. 마시던 잔을 돌리는 권주 문화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 등을 위해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그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과 치킨집에 모여 소맥을 나눠마셨다. 술자리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생맥주에서 소폭으로 주종이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황 CEO는 PC용 그래픽카드가 주력이던 1990년대부터 한국을 자주 찾아 폭탄주 문화에 익숙한 인물이다. 세 명의 글로벌 CEO는 치킨집을 찾은 시민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이들의 술값을 대신 내주는 등 셀럽 노릇을 톡톡히 했다.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손가락질받는 술이지만 긍정적인 기능을 할 때도 적잖다. 스트레스와 긴장감 해소를 돕고, 자리의 서먹서먹함도 줄여준다. 이번엔 삼성과 현대차,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동맹 결성에 힘을 보탰다. 워낙 세계적 주목을 받는 인물들이 잔을 부딪쳤으니 조만간 소폭이 한류 바람에 편승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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