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가수 지드래곤은 입국하면서 대한항공 일등석에서 제공하는 잠옷을 그대로 입고 나와 화제가 된 바 있다. 몸에 흐르는 듯한 편안한 실루엣의 파자마가 지드래곤의 화려한 패션 센스와 맞물려 마치 일부러 차려 입은 듯한 효과를 내며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랜 비행시간에 지친 지드래곤이 편한 차림으로 공항을 나선 것이었겠지만, 파자마 업체는 의외의 수혜를 입었다. 지드래곤 스타일의 상·하의 세트 파자마가 잘 팔리기 시작한 것이다.1일 이랜드리테일의 라이프스타일웨어 브랜드 애니바디(ANYBODY)에 따르면 지드래곤의 공항 패션이 화제가 된 이후 위아래 한 벌로 나오는 ‘셋업 파자마’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지난달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수요는 더욱 치솟았다. 애니바디에선 초가을 추위가 시작된 10월 중순부터(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기준) 피치기모 파자마 매출은 전년 대비 52%, 극세사 스판 파자마는 39% 증가했다고 밝혔다.
수요가 커질 조짐이 보이면서 애니바디는 파자마 제품 비중을 확 늘렸다. 팬데믹 시기인 2020년과 비교하면 올해 파자마 비중은 브랜드 매출 기준 30%에서 50%로 확대했다. 셋업 스타일이 인기를 끌면서 아예 파자마 색상을 기존 애니바디 속옷과 맞춘 제품군으로 마련했다. 상·하의 파자마 세트 기준 가격은 3만~4만원대다. 이랜드 애니바디 관계자는 "파자마를 하루종일 입는 고객들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원단과 패턴 설계에 공을 들였다"며 "겨울용 극세사 스판 제품의 경우 정전기 방지기공 기법으로 제작하는 식"이라고 소개했다.
이랜드의 SPA 브랜드 스파오에서도 파자마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 올해(지난 9월까지) 스파오 잠옷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2019년 연간 10만장 팔리던 것이 지난해 140만장으로 14배 증가한 데 이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에서도 파자마는 효자 상품이다. 자주의 잠옷은 국민 잠옷으로 불릴 만큼 입 소문이 난 강자다. 2015년 말 출시 이래 누적 판매량이 1500만장에 달한다.

파자마 시장이 커지자 다른 패션 브랜드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휠라 언더웨어는 방송인 최화정과 함께한 '홈앤라운지웨어 컬렉션'을 론칭하고 일상복으로 활용 가능한 파자마 라인업을 마련했다. 패션업체 LF도 포르테포르테, 던스트, TNGT 등 국내 브랜드는 물론 해외 수입 브랜드를 통해 이지웨어·파자마웨어 라인을 대폭 강화했다. 기존 홈웨어를 실내복으로 입는 것을 넘어 외부에서 활동을 하면서도 입을 수 있는 오피스룩·리조트룩 등 다양한 일상복 스타일로 재구성했다. 29CM도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이구홈 성수'에서 파자마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물론 가장 수혜를 본 곳은 지드래곤에게 파자마를 제공한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에서는 공식 SNS를 통해 "대한항공 일등석 편의복과 GD님이라니. 기내 편의복도 힘 있게 소화해주는 파워(POWER)"라는 글과 함께 지드래곤의 공항 패션을 적극 공유했다. 일등석 서비스에 대한 간접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대한항공 일등석 고객은 기내 탑승시 사용한 편의복과 슬리퍼를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다. 일등석 승객 개인 물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지드래곤이 착용한 파자마는 중고거래 플랫폼에도 올라와 5만~6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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