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1일 저녁 8시께 서울 서대문구 신촌연세로. 한 버스킹 팀이 노래를 부르자 맞은편 댄스팀이 무대 앞으로 뛰어들었다. 기타 선율에 맞춰 화려한 안무가 얹히고 즉흥 'K팝 공연’이 성사됐다. 시민들은 휴대전화 플래시 불빛를 활용해 무대를 만들기도 했다. 대학생 박모 씨(21)는 “신촌은 관객과 함께 무대를 만든다"며 "홍대보다 시민들이 함께 즐기는 느낌이 크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움츠러들었던 신촌 연세로가 버스킹 공연으로 다시 들썩이고 있다. 평일에도 해 질 녘이면 통기타 연주와 랩 비트가 뒤섞이고, 발길을 멈춘 시민들은 즉석 관객이 된다. 이곳을 찾은 버스커들은 “홍대보다 무대 잡기 수월하고 관객 호응이 뜨겁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버스커들 사이에서 신촌은 ‘공연하기 좋은 동네’로 통한다. 신촌 일대는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 등 여러 대학이 밀집해있어 보행자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연세로 특유의 넓은 폭과 열린 공간 덕에 사운드가 멀리 퍼지고, 관객들이 자연스레 발걸음을 멈춘다.
각 팀의 공연 간격도 넉넉해 음향 간섭이 덜하고, 상권이 길게 뻗어있어 관객이 머무는 시간도 길다. 버스커 이모 씨(25)는 “홍대는 대기와 경쟁이 치열하고 오토바이 소음이 많다”며 “신촌은 동선이 넓고 보행 흐름이 일정해서 공연 몰입도가 높다”고 했다.
주말 저녁 신촌 연세로 일대 스타광장과 버스킹존에서는 20~30분 간격으로 무대가 바뀐다. 어린이나 대학생 관객이 갑자기 올라와 즉석 ‘댄스배틀’로 번지는 장면도 흔하다. 관객 흐름이 끊기지 않아 회전률이 높고, 보행 동선이 넓어 비교적 낮은 음향 장비로도 사운드가 잘 퍼지는 게 장점이다.
현장에서는 버스킹 팀들끼리 만든 ‘암묵적 규칙’도 정착했다. 먼저 서는 팀이 뒤 공연과 겹치지 않도록 곡 순서를 조정하고 음량을 낮춰주며, 무대에 모인 관객을 다음 순서 팀 쪽으로 자연스럽게 이동시켜준다. 공연 뒤 쓰레기를 치우는 것도 약속처럼 지킨다. 버스커 박모 씨(22)는 “시민들이 공연을 더 재밌게 즐기면 서로 도와야 한다”며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고 관객도 다음 팀으로 넘겨주기도 한다”고 했다.

정책 지원도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서대문구는 연세로 스타광장·명물쉼터 등 공연 가능 구역을 사전 승인제로 열어두고 시간대를 쪼개 팀 간 충돌을 막는다. 축제 기간에는 ‘신촌글로벌대학문화축제’ 같은 구 행사 안에 버스킹을 편성해 관객을 모아주고, 현장에서는 동선 안내와 음량 조절을 지원한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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