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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도 떠날라" "무임승차"…로펌가 '정년 딜레마'

입력 2025-11-02 17:12   수정 2025-11-03 00:17

법무법인 태평양이 파트너 변호사의 정년을 현행 만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태평양은 정년을 앞둔 변호사들의 실제 기여도를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한 뒤 정년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태평양은 하반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정년 연장 문제를 검토해왔으나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지난달 30일 시니어파트너 회의를 열고 이런 방침을 정했다.

로펌업계의 정년 연장 논의는 고령사회 한국에서 교수, 연구원 등 전문직의 조기 정년이 조직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위기감에서 출발했다. 수십 년간 쌓아온 전문 노하우와 고객 네트워크를 보유한 시니어 변호사가 정년으로 조직을 떠나면 고객까지 함께 이탈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로펌 내부에선 찬반이 팽팽하다. 후배 변호사들은 “실제 일은 별로 안 하면서 과거 고객 관계만으로 높은 지분을 챙기는 건 무임승차”라고 반발한다. 반면 찬성 측은 “60세면 충분히 일할 나이인데 인위적 정년 때문에 역량 있는 인력을 못 쓰는 게 더 큰 손해”라고 맞선다.

로펌은 파트너들이 동업자로 참여하는 합의체 구조인 만큼 민감한 정년 문제는 폭넓은 동의 없이는 결정이 어렵다. 태평양이 지난달 회의에서 결론을 유보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현재 주요 로펌의 정년은 율촌·세종 만 65세, 화우 만 63세, 태평양·광장 만 60세다. 화우는 2009년 정년을 60세에서 63세로 올렸다. 태평양은 2000년대 후반 정년을 65세에서 60세로 낮췄고, 전임 서동우 대표 시절 다시 연장을 시도했다가 무산됐다. 법조계에서는 태평양이 이번에 정년 연장에 성공하면 같은 60세 정년인 광장도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로펌이 정년 이후에도 별도 계약으로 고용을 연장하지만 ‘정년’이라는 선 자체가 시니어 변호사의 업무 의욕과 조직 내 위상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일각에선 조기 정년으로 인한 세대 공백 우려도 제기한다. 50대 후반에 집중된 사법연수원 27~35기는 상대적으로 로펌 진출이 적었던 세대다. 이들이 정년으로 일시에 빠져나가면 40대 변호사가 팀장을 맡게 돼 조직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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