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변의 풍경이 양쪽 모두 그림 같네요.”
튀르키예에서 온 관광객 리자 씨(23)는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한강버스에 탑승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서울은 지하철도 빠르고 좋지만 강을 따라 도심을 이동할 수 있는 한강버스는 완전히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강버스 재운항…시민·외국인 ‘환호’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도심의 주요 지점을 배로 연결하는 한강버스가 지난 1일 종점인 잠실·마곡선착장에서 운항을 재개했다. 올 9월 18일 공식 출범했으나 잦은 기계 고장 등 문제로 중단된 지 34일 만이다. 지난 한 달여 동안 무승객 시범운항을 통해 각종 기계 설비를 재점검하고 운항 인력의 숙련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실제 첫 배부터 출발·도착 시간이 정시에 맞춰 운영되는 등 차질 없이 운항이 이뤄졌다. 한강버스는 내년 3월까지 잠실과 마곡 선착장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37분(막차 도착 기준)까지 이용할 수 있다. 주중·주말 1시간30분 간격으로 하루 16회 운항한다.오전 10시 여의도 선착장에는 아침 일찍부터 긴 대기줄이 늘어섰다. 잠실행 한강버스를 기다리는 대기표는 이미 30명을 넘기고 있었다. 탑승을 기다리던 승객들은 대부분 2층 카페에서 한강을 내려다보며 창밖 풍경을 감상했다.
가족 단위 승객도 눈에 띄었다. 직장인 황지영 씨(33)는 아이와 함께 유모차를 끌고 여의도에서 망원까지 탑승했다. 그는 “한강버스를 타러 오는 동선이 유모차를 끌고 오기에 큰 불편함이 없었던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쌍둥이 아이를 데리고 나온 김소영 씨(38)는 “아이들이 배를 탄다는 사실에 너무 신나 했다”며 “서울 도심에서 아이들과 바람 쐬고 돌아다니기 좋은 교통수단”이라고 했다.
선착장 부대시설도 북적였다. 스타벅스 등 인근 카페는 이른 오전부터 만석이었고, 좌석을 찾지 못한 승객들은 옥상 벤치나 난간에 기대 강바람을 즐겼다. 선내에선 한강과 고층 건물을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300회 시범 운항으로 정시·안전성↑
서울시는 지금까지 총 300차례 시범 운항을 하고 접안 훈련, 장비 점검, 승조원 교육 등을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도 있었다. 지난달 8일 마곡 선착장에서는 운항 중이던 선박이 이미 접안된 선박과 충돌해 LED 무드등 라인이 파손됐고, 17일에는 망원 선착장에서 선장이 야간 부표를 인지하지 못해 그대로 들이받기도 했다. 같은 달 20일에는 뚝섬 선착장에서 선착장 구조물과 부딪히는 사고도 발생했다. 서울시는 이를 모두 승조원의 경험 부족에 따른 ‘인재’로 규정하고 교육 훈련 등을 강화했다.현재 한강버스 소속 선장은 18명이다. 이 중 70%가량은 3개월 이상 실전 운항 훈련을 마쳤다. 시는 나머지 30% 인력에 대해선 ‘견습’ 상태를 유지하고 시민 안전에 영향이 없도록 단계적으로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중교통과의 연계성도 이전보다 강화했다. 잠실·마곡·압구정 등 주요 선착장에는 시내버스 연계 노선 외에도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퇴근길 및 주말 혼잡 시간대 수요에 따라 증편도 검토할 방침이다. 자전거, 휠체어 등까지 실을 수 있도록 관련 시설 보완도 마쳤다. 박진영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한강버스는 단순 교통수단을 넘어 수상 관광과 여가·문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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