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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AI·경주선언…존재감 돋보인 李 실용외교

입력 2025-11-02 17:45   수정 2025-11-03 01:11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끝으로 ‘외교 슈퍼위크’ 일정을 마무리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3강 정상과 모두 양자회담을 마쳐 이 대통령의 실용·중재 외교가 일단 최대 관문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미국과의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 일·중 정상과의 ‘첫 대면’도 무난했다는 평가가 많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펼쳐진 다자·양자 외교의 최대 성과는 대미(對美) 관세협상을 타결 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서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을 전격적으로 받아낸 것이다. 교착 국면이 3개월째 이어진 관세협상은 한·미 정상회담 당일(지난달 29일) 오전 극적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최종 타결되면 한국산 자동차·부품 품목관세가 25%에서 15%로 낮아진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 결단을 내려달라고 공개 요청해 관철했다. 정상 간 회담에서 이처럼 구체적 언급이 오간 것은 이례적이다. 방위비 증액 압박을 역(逆)지렛대로 활용해 30년 숙원을 풀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작업이 시작될 가능성도 커졌다.

‘아베 계승자’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만나서는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의견 일치를 봤고, 셔틀외교도 이어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다”며 도쿄가 아니라 나라현을 셔틀외교 차원에서 방문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나라현은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도 95분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한·중 관계를 전면 복원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했다.
美와 관세 MOU 체결 남아…日·中과 안보 입장차도 과제
핵추진 잠수함도 '뜨거운 감자'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12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특히 미·일·중 연쇄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우려가 제기됐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은 우호적 분위기 속에 ‘과거’보다 ‘미래’에 방점이 찍혔다. 희토류 규제, 고율 관세 부과 등을 놓고 정면 충돌한 미·중이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 담판으로 휴전에 들어간 것도 이 대통령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로부터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개를 우선 공급받기로 한 점도 두드러지는 성과다. 이 대통령이 구상하는 ‘AI 3대 강국’ 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어서다.

과제도 남아 있다.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지만 반도체 관세가 합의에 포함됐는지 등을 놓고 일부 다른 목소리가 양국에서 나오고 있다. 조속한 품목관세 인하를 위해 양해각서(MOU)와 조인트 팩트시트 문안을 놓고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미·일·중과의 외교 관계 설정도 더 복잡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핵 능력 고도화를 이뤄가는 가운데 한반도 평화를 놓고 미묘한 입장 차가 이번 외교 슈퍼위크를 계기로 더욱 드러났다. 한·미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이번 정상회담에서 재확인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회담 유인책으로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로 지칭하며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통된 언급도 도출하지 못했다. 시 주석이 2014년 방한했을 때 한·중 정상은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을 얻어냈지만 중국은 이를 빌미로 언제든 대(對)한국 제재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핵잠 건조 승인이 “한국을 미국의 안보 체제에 더욱 통합시키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경주=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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