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 주말 첫 정상회담을 열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껄끄럽던 한·중 관계 복원을 모색했다. 관계 복원의 핵심 고리는 경제 협력 확대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협상에 속도를 내고 공급망 안정화에 협력하기로 했다. 한반도 비핵화 의제도 논의됐지만, 대외적인 공통의 목소리를 도출하지는 못했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 1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95분간 첫 정상회담을 했다. 시 주석은 APEC 정상회의 참석차 지난달 30일 2박3일 일정으로 국빈 방한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과 특별 만찬 일정을 마치고 당일 밤 중국으로 돌아갔다.
이 대통령은 “한·중 간 경제협력 구조가 수직적인 분업 구조에서 수평적인 협력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며 “양국 간 호혜적 협력 관계도 시대 흐름에 맞춰 더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도 “중·한 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중요한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고 호응했다.
양국 중앙은행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5년 만기, 4000억위안(약 70조원) 규모 원·위안화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한·중은 2008년 양자 통화스와프를 처음 체결했고, 규모와 기간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직전 통화스와프는 지난달 10일 만료됐다. 양국은 이 외에 한·중 경제협력 공동계획(2026~2030년) 양해각서(MOU) 등을 체결했다.
한·중 FTA 서비스·투자 협상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다만 양국 간 활발한 문화·경제 교류를 발목 잡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 조치) 해제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한한령 해제와 관련해 “완벽하게 얘기가 되지는 않았지만 진전은 있었다”고만 했다.
두 정상이 경제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는 데 의견 일치는 봤지만, 북핵 현안을 놓고는 합의된 의견을 내놓지 못했다. 위 실장은 “한반도 평화, 비핵 문제도 논의가 있었다”고만 했다. 2014년 시 주석이 방한했을 때는 북핵 문제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담은 공동성명이 나왔었다. 이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교류→관계 정상화→비핵화’로 이어지는 ‘E·N·D 대북 구상’을 설명했고, 이에 대해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했다고 위 실장은 전했다.
이 같은 미묘한 입장차는 현재 북핵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냐의 차이에 기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그동안 북한 핵 문제 상황이 많이 변했다” “지금은 여건이 변했기 때문에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언급이 중국 측에서 나왔다고 위 실장은 밝혔다.
이 대통령은 “최근 북·중 간 고위급 교류가 활발한 등 대북 관여 조건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이런 양호한 조건을 활용해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해 한·중 양국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등 북·중 밀착 속에서 시 주석이 대북 대화 재개에 역할을 해달라는 요구다. 시 주석은 “지역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을 용의가 있다”고 했다.
서해 구조물 문제와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제재 등 민감한 현안도 테이블에 올랐다. 위 실장은 “한화오션 문제에 대해 생산적인 논의가 있었다”며 “서로 소통하면서 문제를 풀어보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했다.
경주=한재영 기자/베이징=김은정 특파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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