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영업팀장으로 있는 A씨는 파견이 잦은 업무 특성에 따라 부하 직원에게 해외 출장을 갈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부하 직원은 잠시 고민한 뒤 거절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그러자 A씨는 상사의 지시를 불응했다면서 “팀원이 팀장 얘기하는데 못 간다거나,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건 처음 본다. 무조건 가겠습니다, 이렇게 대답하라”며 긍정의 답변을 강요하였습니다. 이후 A의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 사유 중 하나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습니다.
팀장이나 부장 등 회사 업무에 대한 실질적 지휘권을 가진 상사는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될 수 있고, 이에 따라 본인의 지휘·명령권을 행사하여 부하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 사례와 같이 업무 지휘 과정에서 부하 직원이 상사의 의견에 이견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상사가 면담을 요구하거나 의견 철회를 강요하는 경우, 이러한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을까요?
<i>#무조건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업무 지시’의 적정성</i>
실무상 직장 내 괴롭힘 해당 여부를 가르는 주된 쟁점은 결국 해당 행위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판단인 경우가 많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은 것인지 여부는 ① 그 행위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② 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그 행위 양태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어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
‘업무상 범위’ 내의 과업과 관련한 긍정적 답변을 요구하는 행위는 외견상 상사의 권한 안에 속해있기에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여질 수 있으나, 최근 하급심은 “상급자가 파견 의사가 없는 직원에게 파견을 가고 싶다는 취지로 답변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는 직장에서의 지위상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의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직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라 판단하고 있습니다(수원고등법원 2025.4.10. 선고 2024나15052 판결).
즉 사적인 지시 등 업무 외의 일탈적인 범위가 아닌 업무상 지시의 일환이라 하더라도, 그 양태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다른 직원의 자유로운 의사를 침해할 정도로 과도하다면, 부하 직원에게 일방적인 발언을 종용하거나 긍정적 답변으로 번복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그 직원에게 고의 또는 과실로 피해를 끼치는 행위”로서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i>#구체적인 불이익 예고는 괴롭힘 성립 가능성 높여</i>
A씨는 해당 사례에서 추가로 '팀장의 권위에 도전하고 불복종하는 팀원들'에 대해 “회사의 다양한 의사결정권자들과 이야기해서 개인별로 페널티를 주겠다”고 발언하였습니다. 하급심은 A씨가 실제로 징계권 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어 본인이 소유한 인사권의 구체적 내용을 드러낸 것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불이익 예고가 다른 직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면 업무상 필요성이 없다고 본 바 있습니다.
즉 법원은 같은 판례에서 “다른 해외영업팀 소속 직원들이 A씨의 지시를 무조건 따라야만 하고 그러지 않으면 구체적인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정신적 압박이 있었다면 이 또한 직장에서의 지위상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라 판단한 것입니다.
결국 상사의 지휘·명령이라 하더라도 그 행위가 사회 통념상 상당성을 잃고 근로자의 자율적 의사결정권을 침해하는 수준에 이른다면, 이는 정당한 업무 지시로서의 범위를 벗어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조직 내 위계질서 유지라는 명분 아래 구성원의 인격과 의사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사용자와 관리자는 지휘·명령권의 한계와 법적 책임의 무게를 인식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정지용 행복한일노무법인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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