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현지시간) 경기 시작 3시간 전, 뉴델리에 위치한 야스홉후니 컨벤션센터 앞.
인도 국기를 두른 현지 팬들이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수십 미터 넘는 줄을 서 있었다. 지난달 31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열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터내셔널컵(BMIC) 2025’ 마지막 날 관중석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힌디어 해설이 격정적으로 터져 나올 때마다 응원봉이 일제히 흔들렸고, 관중석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응원의 열기로 뜨거웠다. 인도 22개 공용 언어 속에 마치 ‘게임’이라는 새로운 언어가 하나 더 추가된 듯한 광경이었다.

총상금 1000만 루피(약 1억 6300만 원)가 걸린 이번 대회에는 인도 8팀, 한국 4팀, 일본 4팀 등 총 16개 팀이 출전했다. 유튜브 중계 조회수는 1470만 명을 넘어섰고, 현장 관중 수는 이날 1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BMIC는 3일간 하루 6경기 씩 총 18경기가 진행됐다.
현장은 시종일관 열광적이었다. 게임은 팀 당 총 4명으로 이뤄진 가운데 64명의 선수들이 하나의 맵 위에서 동시에 맞붙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국내 e스포츠팀 DRX의 한 선수가 고립된 상황임에도 연달아 세 명의 상대를 쓰러뜨리자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감싸쥐기도 했다. 한국의 DRX가 최종 우승하자 국적에 상관없이 인도 팬들은 환호를 보냈다.

이날 현장에는 e스포츠 선수를 꿈꾸는 관중들도 적지 않았다. 뉴델리에서 온 대학생 아만(20)씨는 2021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 출시 직후부터 꾸준히 게임을 즐겨왔다. 다른 슈팅 게임보다 BGMI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학업 때문에 포기했지만 인도 BGMI 선수들이 성공한 모습을 보며 나도 언젠가 e스포츠 선수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도 BGMI 선수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가 대부분 10만을 넘는 인플루언서인 동시에 인도 평균 임금을 훨씬 웃도는 월평균 약 3500달러 전후 수준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GMI 프로팀 ‘오랑우탄'의 구단주 야시 바누살리는 “최근 5년간 e스포츠 선수를 꿈꾸는 학생과 직장인이 급격히 늘었다”며 “인도 e스포츠 시장은 최근 6년간 10배 성장했는데, 그 중심에 BGMI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첸나이에서는 인도 정부가 처음으로 후원하는 BGMI 대회가 열릴 예정”이라고 했다. 스폰서 규모도 커지고 있다. 야시 구단주는 “(오랑우탄) 선수 유니폼에는 더 이상 로고를 붙일 공간이 없을 정도로 스폰서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크래프톤이 지원하는 BGMI 리그도 확대될 예정이다. 카란 파탁 크래프톤 e스포츠 부문 부이사는 “내년에도 크래프톤 공식 4개 리그를 이어가는 동시에 서드파티(제3자)를 포함해 총 8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크래프톤이 이처럼 거대 팬덤을 형성하며 인도 시장에 뿌리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지화된 ‘콘텐츠·투자·인재 생태계’ 전략이 있다. 인도 내 잠재력 있는 콘텐츠 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식재산권(IP) 확장과 인재 확보를 병행하는 것이다.
손현일 크래프톤 인도법인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BGMI의 현지화 및 IP 프랜차이즈화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오, 마힌드라 등 로컬 브랜드와 협업해 BGMI를 모르는 사람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게 하고 있다”며 “게임 IP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과 엔터테인먼트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인도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쿠쿠FM’, 소셜 플랫폼 ‘FRND’ 등 현지 기업에 투자하며 BGMI IP와 연계한 콘텐츠 제작으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
손 법인장은 “현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지분을 확대해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는 크래프톤의 인지도를 꼽았다. 손 법인장은 "BGMI 인기가 높아지면서 크래프톤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며 “크래프톤의 투자를 희망하는 인도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 외신 인터뷰에서 인도에 매년 5000만 달러 이상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손 법인장은 인도 게임 시장 전망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게임만큼 가성비 좋은 엔터테인먼트는 드물다”며 “휴대폰 보급률이 높아지는 현재 인도는 장기적으로 한국 게임 시장 규모만큼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인도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연락도 늘고 있다”며 “과거 멀게만 느껴졌던 인도 시장이 점차 현실적인 기회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인도 최고 대학인 인도공과대학(IIT) 졸업생 채용도 늘리며 인재 기반도 확대한다. 손 법인장은 “작년부터 IIT 졸업생을 신입으로 채용했고, 올해는 개발자 직군까지 채용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크래프톤은 이밖에도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인재 저변을 다지고 있다.
뉴델리=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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