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길랭-바레 증후군 등 이상 반응을 보인 20대 남성에게 정부가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8부(양순주 부장판사)는 A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예방접종 피해 보상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지난 8월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21년 3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은 뒤 약 10시간 뒤부터 발열, 구토, 두통, 어지러움, 근육통, 팔 저림 등 증상을 보였다. 대학병원에 입원한 A씨는 다음 달 뇌염, 척수염, 급성횡단성척수염 등이 추정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 이후로도 A씨는 두통, 전신 경직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다. 2023년 9월에는 희소 신경 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 소견을 받았다.
A씨는 접종 직후 질병청에 코로나19 예방접종으로 인한 피해 보상을 신청했으나 거부됐다. 한 차례 이의 신청을 했으나 재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씨의 증상이 코로나19 백신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어 피해 보상 관련 심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게 이유였다. 대신 코로나19 백신 관련성 의심 질환 지원 사업 대상에는 해당한다고 봐 진료비로 약 2654만원을 지급했다.
A씨는 척수염, 길랭-바레 증후군 등 이상 반응이 코로나19 백신 때문이라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사건의 쟁점이 된 질병과 백신 간 인과관계에 대해 재판부는 "인과관계를 추단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예방접종과 장애 등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밀접성이 있고, 피해자가 입은 장애 등이 예방접종으로부터 발생했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지 않으며, 장애 등이 원인불명이거나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정도의 증명이 있으면 족하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질병청의 피해 보상 거부 처분이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접종 약 10시간 후부터 증상이 나타난 만큼 시간적 밀접성이 인정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 해당 증후군의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해외 의학 논문이 있다는 점 등에 비춰 A씨의 증상이 백신 때문이라고 추론하는 게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지 않다는 논리다.
A씨가 백신 접종 당시 25세의 젊은 남성으로 이전까지 신경학적 증상을 호소한 적이 없었고, 그가 작업치료사로 근무하던 병원에서 예방접종을 받은 점에 비춰 국가 방역 수칙에 협조했다가 장애 등이 발생했다는 사실도 고려됐다.
법원은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 피해보상 심의 기준 적용상 문제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심사기준이 4-1(백신과 이상 반응의 인과성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범주에 대해 인과관계를 일률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대법원 판시사항의 오독에서 비롯된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며 "오히려 국내·외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통계적 연관성 등 인과성의 가능성을 제기한 관련성 의심 질환에 대해서는 인과관계가 추단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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