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엔드 차량용 인공지능(AI)반도체 시장의 패권이 몇 년 안에 판가름 납니다. 우린 초반부터 인력을 과감히 투입해 바로 최정상 리그에서 승부를 보겠습니다.”
박재홍 보스반도체 대표는 최근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 본사에서 “차량용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AI가속기 분야를 선점한 퀄컴의 아성에 도전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모토로라, IBM을 거쳐 삼성전자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 부사장을 지낸 박 대표는 2022년 차량용 반도체 전문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 보스반도체를 창업했다.
몇 명의 젊은 엔지니어가 모여 창업하는 보통의 팹리스와 달리 보스반도체는 시작부터 15~20년차 베테랑들을 주축으로 설계 연구 인력 200여명을 끌어모았다. 2028년으로 예상되는 자율주행, LLM(거대언어모델) 기반 인포테인먼트 등 자동차 업계의 전환에 맞춰, 가장 어렵지만 가장 돈이 되는 AI반도체 시장을 한 번에 파고들기 위해서다.

그간 차량용 반도체는 엔진과 에어백, 브레이크 등 정해진 기능을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처리해야 할 데이터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반도체 제조는 28나노미터(nm) 이상의 레거시 공정을 활용해도 가능했다.
하지만 자동차에 막대한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자율주행과 고해상도의 디스플레이, 통신 기능이 탑재되면서 이를 뒷받침할 연산력을 가진 첨단 반도체가 필요해졌다.
5nm 이하 선폭을 가진 차량용 AI반도체 시장의 패권은 현재까진 자율주행의 핵심인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분야 1위 기업 이스라엘 모빌아이가 갖고 있었다. 스마트폰 AP의 최강자인 미국 퀄컴이 자율주행과 증강현실 헤드업디스플레이(AR-HUD), 인포테인먼트 등을 하나로 통합한 칩(시스템온칩·SoC)을 내놓으며 차세대 시장을 선점한 상태다.
퀄컴과 모빌아이 같은 세계적 강자를 이기기 위한 보스반도체의 해법은 ‘칩렛(chiplet)’이다. 칩렛은 한 개의 거대 칩을 여러 개로 쪼개 초고속 인터페이스로 묶는 기술이다. 성능과 확장성을 유지하면서도 수율을 끌어올려 원가를 낮출 수 있지만 난이도가 높아 차량용 반도체엔 도입되지 않아왔다.
박 대표는 “원칩(SoC)만으로는 선단공정 비용과 수율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칩렛을 통해 AI반도체의 가격·납기·확장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스반도체는 이 기술을 차량용으로 본격 적용해 AI 가속기 ‘이글N(Eagle-N)’을 개발했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의 샘플 테스트를 통과했고, 내년 양산칩 공급을 준비 중이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전반을 구현시키는 ADAS 반도체 ‘이글 A(Eagle-A)’도 2028년 공급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박 대표는 “칩렛 기반 반도체를 통해 기존 방식 대비 최대 50%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며 “이글 A와 이글 N을 유기적으로 조합하면 자율주행 뿐 아니라 로보틱스, 산업용 엣지 AI기기 등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도 보스반도체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시드 및 프리시리즈A 라운드에서 두 번 연속 지분을 투자했다. 차량의 일반적인 제어를 담당하는 마이크로콘트롤러유닛(MCU)의 가격은 개당 10달러 수준이지만 AI반도체의 가격은 100달러를 호가한다. 이런 칩이 차량 한 대에 적게는 1~2개에서 많게는 8개까지 들어간다.스마트폰 시대 퀄컴의 AP가 부르는 것이 값이 됐듯, 차량용 AI반도체도 같은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박 대표는 “시장은 독점을 싫어하기에 새로운 대항마를 찾고 있다”며 “차량용 AI반도체 영역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돼 우리만의 레거시(유산)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판교=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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