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1월 중국 광둥선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전에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주 APEC 정상회의 동안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전면 관계 회복이 선언된 만큼 만료 예정인 한국인의 중국 무비자 입국 기간 연장도 추진된다.
3일 중국 베이징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지난 1일 한·중 정상회의에서 논의한 주요 의제 관련, 이날 즉시 실무자들의 작업이 착수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100분간의 정상회담과 70분간의 국빈만찬을 가졌다. 이날 양자 회담에선 한·중 관계 회복의 문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핵추진 잠수함이나 서해 구조물 등 껄끄러운 의제 관련해선 속 깊은 대화가 진행되진 못했지만 경제·민생 분야에선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인 서비스·투자 분야 협상의 실질적인 진전에 속도를 내기로 했으며,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협의 채널 확대와 공급망 안정화에 대한 협력도 지속하기로 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초국경 사기범죄 공조, 경제협력 공동 계획, 실버 경제 분야 협력 등의 분야에서 크고 작은 6건의 양해각서(MOU)와 통화 스와프 연장 계약이 체결됐다. 공개되진 않았지만 실제 체결된 MOU는 10여건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선 시 주석 국빈 방한의 준비 기간이 짧은 데 비해 적지 않은 협력 관계가 구축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진 않았지만 한·중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탄 만큼 한국인의 중국 무비자 입국 조치도 연장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한국인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정책 시행 전에는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비용이 들었고, 비자가 발급되기까지 열흘 정도가 소요됐다.
이 같은 제약이 없어지면서 한국 젊은층의 중국 여행이 빠르게 늘었다. 이같은 한국인의 무비자 중국 입국 조치는 올해 말 만료된다.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꾸준히 중국 정부 측에 조치 연장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내년 11월 선전 APEC 참석을 공식화 했지만 그 이전에 중국 국빈 방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고위급 소통이나 채널이 정례화·활성화 될 가능성이 높다"며 "양국 지방간 교류, 인적 교류, 특히 청년 교류들이 많아짐과 동시에 내년 APEC 전에 양자 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두고 양국 협력의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하고 있다. 양옌룽 산둥대학 국제문제연구원 전임연구원은 홍콩01뉴스 기고문에서 "최근 수년 동안 양국 관계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국 도입과 한국의 중·미 경쟁 중 입장 동요 등 문제로 질곡을 겪어왔는데,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가 정식으로 재개됐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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