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역사에서 ‘신인왕 다음 해 대상’이라는 공식은 단 여섯 번뿐이었다. 송보배(2004·2005년), 신지애(2006·2007년), 김효주(2013·2014년), 이정은6(2016·2017년), 최혜진(2018·2019년), 이예원(2022·2023년). 한국 여자골프를 대표하는 이름들이다. 그리고 올해, 그 위대한 계보에 유현조가 일곱 번째 주인공으로 합류했다. 골프계에서는 “새로운 여왕의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KLPGA투어 2025시즌 ‘최고의 별’로 우뚝 선 유현조는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상 수상을 확정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신인왕 다음 해 대상을 받은 선배들의 이름을 확인하니 더 영광스럽고, 책임감도 더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즌 종료까지 한 대회가 남은 만큼 긴장감을 놓지 않고 올해 목표한 2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유현조에겐 ‘2년 차 징크스’도 없었다. 오히려 올해는 ‘꾸준하면서도 잘하는 선수’로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지금까지 28개 대회에 출전해 커트 탈락은 두 번뿐이었고, KB금융 스타챔피언십 2연패 포함해 무려 19차례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매 대회 상위 10위 이내 선수들에게만 부여되는 대상 포인트를 꾸준하게 쌓은 그는 지난 2일 끝난 에쓰오일 챔피언십에서 대상 수상을 조기에 확정했다.
평균 228m의 장타(17위)와 그린 적중률 76.57%(9위)의 정교함까지 갖춘 유현조가 꾸준함의 대명사가 된 비결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강인한 체력’과 ‘끝없는 성장욕’이다. 그는 “US여자오픈 출전으로 못 나간 대회를 제외하면 한 주도 쉬지 않았을 정도로 체력이 좋다”며 “경기가 끝나면 늘 아쉬운 부분이 먼저 생각나곤 하는데, 제 골프에 만족하지 않는 것도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유현조는 올 시즌 대상 수상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 평균타수 1위(69.89타)를 달리는 그가 시즌 최종전인 대보하우스디오픈(7~9일·우승상금 2억5000만원)에서 우승하면 최저타수상과 상금왕 등 개인 타이틀을 싹쓸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금랭킹 3위(12억6985만원)에서 1위 홍정민(13억2682만원)을 약 5700만원 차이로 쫓는 유현조는 “시즌 전에 세운 목표 두 가지가 2승과 상금 10억원 돌파”라며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하면 목표를 다 채울 수 있고, 상금왕까지 바라볼 수 있어서 더 욕심이 난다”고 했다.
유현조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의 꿈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원래 대상을 받으면 미국 진출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올해는 퀄리파잉(Q) 스쿨 신청이 끝난 상태”라며 “내년에도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낸다면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PGA투어 진출뿐만 아니라 내년 아시안게임이나 다음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나서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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