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결정은 시장의 공급 과잉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1월 글로벌 석유 공급 규모(콘덴세이트 등 기타 액체 포함)는 수요보다 하루평균 기준으로 30만 배럴 더 많았다. 연초부터 이미 공급 과잉 상태였고 지난달엔 공급 과잉 규모가 하루평균 390만 배럴까지 커졌다.
이 같은 공급 과잉 배경으로 OPEC+의 정책 변화가 지목된다. OPEC+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2023년까지 이어진 대규모 감산 기조를 올해 전환했다. 단계적으로 공급을 늘리며 시장점유율 회복에 나섰다. 5월부터 기존 감산분을 해제해 지난달까지 하루평균 200만 배럴 이상 증산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석유 수요 증가가 기대에 못 미치자 국제유가는 약세를 보였다. 미국, 브라질 등 비OPEC+ 국가의 석유 생산 호조와 중국의 원유 수요 둔화가 맞물려 공급 과잉이 부각됐다. OPEC+가 연초와 달리 최근 ‘신중 모드’로 선회한 이유다.
반면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증산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를 원한다. UAE는 지난해 OPEC 협상에서 올해 생산 쿼터 증량을 얻어내기도 했다. 최근 UAE는 수십억달러를 투입해 확충한 석유 생산 능력을 극대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러시아는 서방 국가의 제재로 판로에 제약이 있지만 국가 재정 문제로 추가 수출이 절실해 감산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 OPEC+ 회의에서 러시아는 미국 제재라는 변수 앞에 사우디와 증산 중단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 다른 회원국은 애초 생산능력 부족으로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증산 여력이 제한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들어 석유 가격은 하락세를 보였다. 12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4월 배럴당 60달러 아래까지 떨어졌다. 봄철 수급 여건 개선과 수요 부진 우려가 나오면서다. 6~7월 들어선 유가가 일시 반등하는 모습도 보였다. 산유국의 정책 불확실성 해소와 계절적 수요에 힘입어 6월 한때 77달러까지 올랐다.
하지만 다시 원유 가격은 떨어졌다. 글로벌 석유 재고가 늘고, 중국의 경기 둔화로 원유 수요 증가율이 낮아지면서다. 최근 중동의 지정학 리스크가 계속 터져 석유 가격이 비정기적으로 튀긴 했지만 단기적 영향에 그쳤다. 전체적인 공급 과잉 분위기를 뒤집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12월물 WTI 선물 가격은 1년 전 동기보다 11% 이상 떨어진 배럴당 61달러에 거래됐다.
다만 이번 제재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인도 등을 통한 러시아 물량 이동이 이미 정착됐고, 가격 할인을 더 늘려서라도 구매자를 붙들 것”이라며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줄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유가 전망은 하락세가 지배적이다. EIA는 올 4분기 WTI 가격이 배럴당 평균 58달러, 내년에는 연평균 48.5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배럴당 65달러인 브렌트유는 4분기 평균 62달러, 내년에는 52달러까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간은 올해 브렌트유 평균을 66달러로, 내년엔 58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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