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시스템통합(SI)과 대고객 정보기술(IT) 서비스를 담당하는 계열사 현대오토에버가 2거래일 만에 40% 가까이 급등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31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과의 ‘치맥’ 회동을 가진 뒤, 현대차그룹이 5만장의 최신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GB200)을 확보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덕이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그룹이 테슬라에 맞먹는 데이터센터 역량을 확보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다.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현대오토에버는 10.57% 급등한 22만5000원에 마감됐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31일에도 26.08% 치솟았다. 2거래일 동안의 상승률은 39.41%에 달한다.
단기간에 급등한 배경은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의 ‘AI 동맹’이다. 지난달 30일 정의선 회장과 젠슨 황 CEO 등이 ‘치킨집 회동’을 가진 데 이어, 이튿날인 31일에는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가 ‘국내 피지컬 AI 역량 고도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 협약에 따라 엔비디아는 현대차그룹에 5만장의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고, 현대차그룹은 공급받은 GPU를 활용해 통합 AI 모델 개발·검증·실증을 추진한다. 개발된 AI 모델은 자동차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로보틱스 분야의 혁신에 활용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협약으로 “엔비디아의 AI 기술센터, 현대차그룹의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및 데이터센터가 구축될 예정”이라며 “모두 현대오토에버의 SI(시스템통합) 사업부와 연관됐다”고 진단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미국의 전기차업체인 테슬라와 맞먹는 AI 데이터센터 역량을 갖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는 엔비디아의 구형 모델인 호퍼(H100) 중심으로 12만장의 AI 가속기를 확보하고 있는데, 블랙웰 GPU의 토큰 처리능력이 호퍼 대비 최대 4배이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막대한 물량의 GPU를 활용한 현대차그룹의 비즈니스에 현대오토에버가 직간접적으로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가 3분기 실적을 설명하는 컨퍼런스콜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GPU 구매 대행 △구매한 GPU를 활용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뒤 구독형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사업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제공 등 세 가지 사업모델을 추진할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남주신 DB증권 연구원은 “현대오토에버는 중장기적으로 현대차그룹의 AI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며 “계열사로부터 발생하는 매출이 90% 이상이라는 점 때문에 이익 개선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우려되기도 했지만, AI 로보틱스 분야에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분기 실적도 시장의 예상을 웃돌았다. 현대오토에버는 3분기 매출 1조542억원, 영업이익 70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6.5%와 34.5% 늘었다.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며, 영업이익은 실적발표 전 집계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624억원을 13%가량 웃돌았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SI 부문의 수익성 개선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현대오토에버의 SI 부문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고, 매출총이익률은 12.7%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며 “현대차 북미 법인의 차세대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 그룹사 대상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 완성차 판매 시스템 개발 등 고부가가치 프로젝트를 수행해 그룹 전반의 디지털 전환의 수혜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이 엔비디아와 맺은 동맹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에 호실적까지 더해지면서 증권가에선 현대오토에버에 대한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했다. 전날 현대오토에버의 3분기 실적에 대한 분석(리뷰) 보고서를 낸 증권사 9곳 중 삼성증권(19만5000원→25만원), 신한투자증권(20만원→24만원), SK증권(20만원→24만원), 현대차증권(19만원→24만원), DB증권(22만5000원→26만원), 상상인증권(20만원→25만원), 유진투자증권(21만5000원→24만원) 등 7곳이다.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22만7143원으로, 전날 종가보다 낮은 상태다. 증권사들의 상향조정이 이뤄진 당일에 주가가 목표주가를 넘어선 것이다. 가장 높은 목표주가 추정치인 DB증권의 26만원과 비교한 상승여력은 15.56%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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