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추진 중인 ‘주의 로펌 지정제’의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네트워크 로펌’ 규제 문제가 로톡 사태의 전철을 밟는 양상이다. 공정위 차원의 조사는 서울변회가 과거 유디치과의 사업을 방해해 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동일한 수준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신고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주의 로펌 지정제가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에 해당한다는 신고서에는 서울변회와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 단체가 과거 유디치과의 영업을 방해했던 치의협과 같은 공정위 제재 대상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유디치과그룹은 전국에 수십 곳의 지점을 두고 ‘반값 임플란트’ 등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쳐 치의협과 갈등을 빚었다. 치의협은 2011년 3~8월 유디치과에 대해 구인 광고를 방해하고, 유디치과 소속 회원들의 협회 홈페이지(덴탈잡) 이용을 제한했다. 치과 기자재 공급업체와 대한치과기공사협회 등에 유디치과와의 거래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2012년 5월 이를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로 보고 치의협에 법정 최고 한도인 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치의협은 불복 소송을 냈으나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이 모두 치의협 측 청구를 기각하면서 공정위 처분은 확정됐다. 법원은 치의협이 유디치과에 약 3100만 원의 손해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변회·대한변협에 대한 공정위 신고서에는 변호사 단체의 네트워크 로펌 규제 정책이 유디치과 건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담겼다. 서울변회는 네트워크·광고주도형 로펌이 법률시장 질서를 해친다는 판단하에 주의해야 할 로펌, 일명 불량 로펌을 공개 지정하고 더 나아가서는 업무정지까지 강제할 수 있도록 징계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고인은 “유디치과에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었음에도 공정위는 치의협의 사업 활동 방해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유디치과의 진료행태에 대한 도덕적 비판과 별개로 치의협의 행위는 명백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네트워크 로펌의 영업 행태가 합법적인지와는 별개로 주의 로펌 지정제를 예고한 것이 치의협의 행위와 동일선상에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울변회가 소속 회원 2869명을 대상으로 ‘네트워크·광고주도형 로펌의 부적절한 업무 처리로 변호사 직역 신뢰가 저하되고 있다고 느끼는지’ 묻자 응답자 91.4%(2621명)이 ‘그렇다’고 답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한 데 대해 “주의 로펌 지정제는 이미 예고된 제재로 경쟁 제한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며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는 제재 예고나 위협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법 위반”이라고 짚었다.
서울변회는 네트워크 로펌의 사무 처리 관행이 “공정거래법이 보장하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나 창의적인 기업 활동, 소비자 보호 등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공정위가 서울변회·대한변협을 대상으로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 위반 여부에 관한 사건 심사에 착수, 소명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을 강하게 규탄했다. 조순열 서울변회장 등 집행부는 지난 29일 공정위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불량 로펌을 감싸는 공정위원장은 사퇴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공정위가 네트워크 로펌 문제에 손을 대면서 ‘제2의 로톡 사태’로 논란이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변협이 소속 변호사의 로톡 사용을 금지한 조치에 대해 공정위가 2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변협이 이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이 길어지면서 법률시장 혁신 플랫폼엔 ‘잃어버린 10년’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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