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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값이 얼만데…호텔서 밥 먹어도 팁 달라니" [사장님 고충백서]

입력 2025-11-22 18:04   수정 2025-11-22 18:11



국민 열명 중 일곱명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더라도 팁 주는 문화를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팁 문화는 직원의 노동은 회사가 최대한 뽑아내면서 인건비를 고객에게 전가하려는 발상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반면, “외식업계가 종사원의 친절과 숙련도를 공정하게 보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최근 청년 직원 과로사 문제로 논란을 빚은 한 베이글 체인점이 과거 ‘팁 문화’ 도입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누구를 위한 팁 문화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22일 계명대 관광경영학과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레스토랑 이용객의 팁핑에 대한 인식 연구'에서 호텔 레스토랑 이용 경험이 있는 성인 2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8%가 ‘팁을 주는 게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서비스 품질을 위해 필요하다’는 응답은 17.2%에 불과했다.

질문에 대해 “얼마나 그렇다고 느끼는지”를 5점 척도로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팁을 주지 않는 이유로는 △기대 이하의 서비스(평균 4.17점) △‘동반자에게 부정적 인식’(3.93점) △'상품 가격에 이미 포함돼 있다’(3.72점) 순으로 높았다. 연구진은 “한국 사회에서는 팁이 관습화되어 있지 않고, 특히 호텔 레스토랑처럼 객단가가 높은 업소일수록 팁을 주는 데 심리적 부담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팁을 준 뒤 느끼는 만족도다. 응답자들은 △‘직원이 더욱 친절해졌다’(4.32점) △‘신속한 서비스 제공’(4.31점) △‘재방문 의도 증가’(4.37점) 등 모든 항목에서 4.3점 안팎의 높은 점수를 보였다. 즉, 팁 자체가 의무화되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팁을 줬을 때 서비스 품질 향상 효과는 뚜렷하다는 결과다. 연구진은 “팁은 고객이 체감하는 서비스 품질에 대한 즉각적인 보상이자, 종사원에게는 동기부여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남성과 여성의 기준은 뚜렷하게 달랐다. 남성 응답자는 △음식의 신속함 △직원의 빠른 응대 △원활한 의사소통을 중요하게 꼽았고, 여성 응답자는 △서비스 종사원의 자기소개 △밝은 미소 △재방문 시 일관된 서비스 제공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응답자 대부분(72.4%)은 팁을 ‘홀에서 직접 응대하는 종사원’에게 제공한다고 답했다. 고객이 가장 직접적으로 서비스 품질을 체감하는 사람에게 보상 심리를 느끼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팁 문화에 대한 거부감은 서비스 현장 아르바이트생 사이에서도 뚜렷하게 갈린다. 구인구직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2023년 아르바이트 종사자 11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4.6%가 팁 문화 확산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가장 큰 이유는 “팁 문화가 아직 우리 정서와 문화에 적합하지 않다”(65.3%, 복수응답)였다. 이어 “팁 요구에 반감을 가진 손님의 갑질이 늘 수 있다”(43.6%), “팁 도입이 최저임금 인하 명분으로 악용될 수 있다”(42.0%), “팁을 받을 만큼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12.4%) 등이 꼽혔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없는 일반 성인 115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팁 문화 확산에 ‘부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무려 68.8%에 달했다. 이유로는 “자율적 선택이 아닌 사실상의 강요로 느껴져 부담된다”(66.8%, 복수응답), “상품 가격에 이미 서비스 비용이 포함돼 있어 팁이 불합리하다”(60.4%), “관행화될 경우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45.3%), “팁을 줄 만큼의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36.4%) 순이었다. 국내 소비환경과 맞지 않는 제도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한 셈이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개선보다는 인건비 절감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 팁 문화 도입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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