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처럼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본격화하자 가입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만 55세 이상 종신보험 가입자라면 소득, 자산 요건과 상관없이 사망보험금을 연금으로 전환해 노후 소득 공백을 메울 수 있어서다.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의 종신보험 버전인 셈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KB라이프 신한라이프 등 5개 생명보험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연(年) 지급형 사망보험금 유동화 특약’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란 종신보험 사망보험금을 생전에 연금 형태로 수령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기대수명이 늘고, 사망보험금보다 생전의 간병비·생활비 등 실제 필요한 자금 수요가 커진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후 소득인 사망보험금을 생전 소득으로 전환해 종신보험 활용도를 높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들 보험사가 보유한 유동화 대상 계약은 41만4000건, 가입금액은 23조1000억원에 달한다.만 55세 이상 금리 확정형 종신보험 가입자는 별도의 소득과 재산 요건 없이 신청할 수 있다. 다만 계약 기간과 납입 기간이 각각 10년 이상이어야 하고,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해야 한다. 또 신청 시점에 보험계약대출이 있으면 안 된다. 과거 연금 전환 특약이 없던 종신보험도 제도성 특약을 일괄 부가해 유동화가 가능하다. 다만 변액종신보험, 금리연동형 종신보험, 단기납 종신보험은 제외된다. 사망보험금이 9억원을 초과하는 초고액 계약 역시 신청할 수 없다.
유동화 비율과 수령 기간은 가입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사망보험금의 최대 90% 이내에서 유동화 비율을 정할 수 있고, 지급 기간은 최소 2년 이상 연 단위로 설정 가능하다. 개시 연령이 늦을수록 매월 받는 금액은 커진다. 유동화 후 남은 사망보험금도 사망 시 수령할 수 있다.
예컨대 30세에 종신보험(예정이율 7.5%)에 가입해 20년간 매달 8만7000원을 납입하고 사망보험금 1억원을 받기로 한 계약자가 유동화 비율 90%를 선택하면 55세부터 20년간 매달 약 18만원을 연금처럼 받을 수 있다. 개시 시점을 80세로 늦추면 월 31만원 수령이 가능하다. 유동화 비율을 70%로 설정할 경우 남은 사망보험금 3000만원도 별도로 받을 수 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우선 5개 생보사를 중심으로 시행되며 향후 다른 보험사로도 확대될 예정이다. 이달부터 대상자에게 문자와 카카오톡으로 안내가 이뤄진다. 초기에는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해 대면 영업점에서만 신청을 받는다. 신청 후 유동화 금액 수령일로부터 15일 혹은 신청일로부터 30일 중 먼저 도래하는 기간 내에는 철회나 취소도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먼저 ‘연 지급형’ 서비스를 선보인 뒤 전산 시스템을 정비해 ‘월 지급형’ 상품을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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