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호텔 예약했어요?"
"방이 없어서 영등포역 호텔 잡을까 봐요."
매년 11월 중순 여의도 호텔을 놓고 '예약 전쟁'이 펼쳐진다. 평소보다 숙박비도 훌쩍 뛴다. 여의도 국회 코앞에 자리 잡은 여의도 글래드호텔·켄싱턴호텔 인기가 특히 높다. 이들 호텔에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세제실 직원들이 몰린다. 오는 5일부터 예산안·세제개편안 심의를 앞두고 ‘뻗치기 모드’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2주치 숙박을 한 번에 잡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기재부 공무원의 설명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72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 심사에 착수한다. 6~7일 종합정책질의, 10~11일 경제부처, 12~13일 비경제부처 부별심사가 예정돼 있다. 새해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시한은 12월 2일이다.
정부가 제출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인세 조정안 등 세제개편안을 다루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일정도 11월 13~28일 이어진다.
이 기간에는 국회에서 예산안을 뜯어고치려는 국회의원과 방어하려는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들의 신경전이 이어진다. 마찬가지로 기재부 세제실은 세제개편안을 손질하려는 국회의원들의 공세에 맞대응해야 한다.
예산과 세제를 둘러싼 ‘11월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예산실장과 세제실장을 비롯한 간부는 물론 사무관들도 모두 여의도 국회에 상주해야 한다. 예산·세제 심의는 자정을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예산실 과장은 “새벽 2~3시에 회의가 끝나는 날이 적지 않다”며 “서울에 집이 있어도 여의도에서 자야 한두 시간이라도 더 눈을 붙일 수 있다”고 했다.
숙박비 부담도 상당하다. 실·국장급(1∼2급) 고위공무원단(고공단)은 숙박비를 실비로 정산받는 만큼 국회 인근 글래드호텔·켄싱턴호텔을 선호한다.글래드·켄싱턴호텔 숙박비는 11월 중순이면 20만원대로 오른다. 공무원 수요가 몰린 탓이다.
고공단 이하 직원들은 하루 숙박비로 서울 10만원, 광역시 8만원, 기타 지역 7만원을 지급받는다. 방을 잡는 것도 쉽지 않다. 여의도 일대에 호텔이 없어서 영등포역이나 마포 호텔 등을 알아보는 공무원들도 적잖다.
한 예산실 과장은 “11월만 되면 각 과가 여의도 숙소 확보 경쟁에 나선다”며 “사비로 숙박비를 메울 수밖에 없어 부담이 적잖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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