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성 하락이 기업·가계의 해외 투자를 부추기고 그만큼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충격을 키운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생산성이 0.1% 떨어지면 해외자금 유출로 국내 투자가 0.05%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GDP가 0.15%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일 이 같은 내용의 '해외투자 증가의 거시경제적 배경과 함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업·가계의 해외투자 규모는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 소득수지(내국인의 해외투자 소득에서 외국인의 국내투자 소득을 뺀 값)를 더한 ‘국민소득’ 기준으로 순해외투자 비중은 2000~2008년 0.7%에서 2015~2024년 4.1%로 약 6배 뛰었다. 순해외투자가 늘어난 것은 국내 생산성이 하락한 영향이다. KDI는 총요소생산성(TFP)이 2000년대 들어 빠르게 둔화하면서 국내 투자수익률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 투자수익률은 해외 투자수익률을 밑돌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가계는 국내 주식과 채권을 팔고 해외 자산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서학개미’ 열풍도 확산됐다. 기업 역시 해외 설비투자와 국경 간 인수합병(M&A)을 확대했다. 생산성 둔화가 국내 자본을 해외로 옮기게 만든 셈이다. 일본도 1980년대 이후 자본수익성이 하락해 국내투자와 해외투자 수익률이 역전되고 해외투자가 늘었다. 경제활력이 저하되면서 국민소득의 더 많은 부분이 해외 투자수익에 의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KDI는 생산성이 0.1% 하락할 때 기업들은 평균 0.05%의 국내 자본투입을 줄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생산성 저하가 직접적으로 GDP를 떨어뜨리고, 동시에 국내 자본 축소로 GDP를 한 번 더 끌어내리는 구조다.
이 같은 충격은 노동소득 비중이 높은 사람들에게 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자본소득은 국내에서 감소해도 해외에서는 늘어나는 만큼 전체 규모는 줄지 않는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투입 축소도 국내 자본수익성을 갉아 먹고 있다. 김준형 KDI 경제전망실 동향총괄 연구위원은 "국내경제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의 경제구조 개혁을 지속해야 한다"며 "유망한 혁신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고 한계기업은 퇴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 개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연간 200억달러 한도로 총 2000억달러를 투자하는 대미투자에 대해 "국내 투자에 일정 부분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수익성이 아닌 다른 이유로 나가는 만큼 대미 투자액 만큼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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