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캄보디아 거점 피싱 조직 총책 A씨(56) 등 129명을 검거해 19명을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SNS에서 투자 전문가를 사칭하며 “알려주는 대로 투자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여 220명에게 422억원 상당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조직은 대포통장 유통팀, 범죄자금 관리팀, 범죄자금 세탁팀, 사기 실행팀(콜센터) 등으로 역할을 나눠 분업화된 구조를 갖췄다. 캄보디아 현지 범죄단지 내 콜센터를 운영하며 피해자를 허위 투자사이트로 유인해 송금받는 수법을 사용했다. 피해금은 대포통장을 거쳐 가상자산과 상품권으로 세탁된 뒤 최종적으로 총책에게 전달됐다.
이 조직은 가족 중심의 폐쇄적 구조를 갖췄다. 총책 A씨는 친형 B씨와 조카 C씨를 끌어들여 각각 범죄자금 관리와 콜센터 운영을 맡겼다. 가족 간 신뢰를 기반으로 긴밀하게 소통하며 장기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 1월 A씨를 검거해 현금 1억6700만원과 대포통장 6개, 대포폰 9대, OTP 4개 등 범행 도구를 압수했다. 부녀 관계인 B씨와 C씨는 검거되지 않아 경찰이 국제 공조를 통해 송환을 추진하고 있다.
검거된 129명 중 103명은 법인·개인 명의의 대포통장 제공자였다. 특히 A씨로부터 압수된 대포통장 6개는 모두 청각장애인 명의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범죄수익금을 최종 보관하는 ‘안전 계좌’로 금융범죄 대응에 취약한 청각장애인 명의 통장을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압수한 현금 등 범죄수익금 7억8892만원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을 받았다. 캄보디아에 남아 있는 조직원 15명에겐 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령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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