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에 판소리 문법을 섞은 이색 공연이 열린다. 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일 기획공연인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다. 지휘자 최수열은 2023년부터 매년 두 차례 공연으로 현대음악의 색다른 면모를 소개하고 있다. 이번엔 소리꾼 이봉근과 합을 맞춰 판소리를 무대에 들인다. 이봉근은 ‘적벽가’ ‘심청가’ 등을 불렀을 뿐 아니라 재즈를 섞어 국악의 저변을 넓힌 음악인이다.이번 공연의 첫 곡은 작곡가 손일훈의 신작 ‘오우가’다. 시인 윤선도가 물, 돌, 소나무, 대나무, 달을 벗 삼아 쓴 시조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작품이다. 이봉근은 서울 신촌동 연세대 음악대학에서 아르떼와 만나 “클래식 음악은 구조가 탄탄하고 흔들리지 않는 장르”라며 “이런 장르에 도전하면서 판소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수열이 이봉근과 협업을 바랐던 곡은 따로 있다. 이번 공연에서 오우가에 이어 선보일 ‘나이팅게일’이다. 네덜란드 작곡가 테오 로에벤디가 안데르센 동화에서 영감을 받아 쓴 실내악 작품이다. 중간중간 해설자가 내레이션을 붙이는 방식이라 음악극과 비슷한 곡이다. 최수열은 이 작품의 맛을 살리기 위해 즉흥적으로 추임새를 붙이며 소리꾼과 함께 무대에 오르고 싶었다고. 나이팅게일은 울음소리가 아름다운 새 이름이기도 하다.
원작 동화는 중국의 한 궁정에서 펼쳐지는 황제와 새의 이야기를 다룬다. 황제는 정원에서 노래하던 나이팅게일을 궁궐 안에 들여 총애한다. 하지만 황제가 태엽을 감으면 소리가 나는 새(鳥) 세공품을 선물로 받자 나이팅게일은 ‘낙동강 오리알’로 전락한다. 결국 나이팅게일은 정원으로 돌아가 자유로이 노래하는 길을 택한다. 최수열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표현법으로 외국의 현대음악을 다뤄 어른의 관점에서 이 동화를 풀어내겠다”고 말했다.
최수열은 소리꾼이 시원하게 에너지를 내뿜을 수 있도록 무대를 최대한 유연하게 연출하기로 했다. 판소리에서 소리꾼은 여러 시점을 오가며 이야기를 풀곤 한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대사를 던지다가도 돌연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상황을 정리한다.
이봉근은 “왕의 시점과 새의 시점, 어느 쪽으로 보느냐에 따라 이야기 주제가 달라진다”며 “이 시점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공연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봉근은 내년 상반기 판소리 ‘이순신가’도 공개할 예정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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