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다고 상상해 보세요. 인간은 절대 이길 수 없는 경쟁입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사진)은 ‘글로벌인재포럼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 등장으로 오히려 경쟁보다 협력이라는 가치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AI와의 경쟁에서 뒤처질까 봐 걱정할 시간에 공생하는 법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최 장관은 “문해력을 키우듯 AI 리터러시(활용 역량)를 강화하는 데서 나아가 AI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윤리교육 등 ‘정신적 기초체력’을 다지는 교육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AI 시대의 인재상이 달라지면서 평가 방식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최 장관은 “불필요한 수많은 지식을 주입하고, 누가 더 많이 가졌는지 경쟁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서술·논술형 평가를 확대하고, 수능에서는 융합적 사고력을 평가할 수 있는 문항을 개발해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길러낼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인재 양성 주무 부처로서 ‘AI 세계 3강’이라는 정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혁신 인재와 융합 인재를 투트랙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최 장관은 “K팝 스타처럼 AI 기술을 개발하고 세계를 이끄는 혁신 인재와 자신의 분야에 AI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융합 인재를 함께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생애주기별 AI 기본교육도 강화한다. 초·중·고등학교에 AI 중점학교를 조성한다.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는 AI 기본 교육을 확대할 방침이다. 최 장관은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를 목표로 인재 양성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AI와 소통하며 발전하기 위해선 인문학 교육해 비판능력 길러야
최교진 교육부 장관(사진)은 인공지능(AI)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소통하고 발전해 나가야 하는 존재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AI와 질문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우리 생각의 폭은 넓어지고, 상상력은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다만 이런 선순환을 만들어 내려면 전제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름 아니라 ‘정신적 기초체력’을 다지는 일이다. 최 장관은 “학생들이 지나치게 경쟁적인 환경에 노출되면서 양보와 배려가 부족해진 것이 현실”이라며 “AI 시대에는 상대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는 문해력,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을 할 줄 아는 창의력,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공감 능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은 물론 독서와 인문학 교육의 필요성이 커지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교육 현장에서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장관은 “AI가 제시한 답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판단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단순히 AI 이론을 배우는 게 아니라 AI가 내놓은 답변에 대해 판단하고 토론하는 수업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글로벌 인재 전쟁’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세상을 바꾸는 혁신 인재를 육성하고 지키는 정책도 추진한다. 최 장관은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사카구치 시몬 오사카대 특별명예교수(74)의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이 인재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인재가 정당한 대우와 보상을 받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석학급 대학 교원이 65세 정년 제한 없이 교육·연구를 지속하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과 기업의 협업 강화도 최 장관이 중점을 두고 있는 정책이다. 그는 “기업과 대학이 서로 돕는 ‘산학협력’을 넘어 기업과 대학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함께 인재를 길러내는 ‘산학일체’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어 “계약학과를 확대해 기업은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학생은 취업 걱정 없이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론 중심의 수업 대신 기업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산업현장 문제해결형 교육(PBL)’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첨단 산업 분야에서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필요한 시점에 양성해 배출하는 게 중요하다. 최 장관은 올해 9월 개교한 국내 1호 사내대학원인 LG AI대학원 사례를 언급하며 “기업이 자체 인프라를 활용해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혁신 시도가 다른 기업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산학일체를 통해 학생이 졸업 후 현장에서 제대로 활약하는 ‘진짜 인재’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했다.
고재연/이미경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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