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4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A4용지 12장 분량 연설의 상당 부분을 인공지능(AI) 투자 필요성을 역설하는 데 할애했다. 격변하는 국제 무역질서 재편 속에서 국가 생존 전략으로 AI 투자를 제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AI 대전환의 파도 앞에서 국가의 생존을 모색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국민과 함께 AI 시대의 문을 활짝 열겠다”고 했다.이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까지 거론한 것은 AI 투자에 대한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AI 고속도로 구축이 특정 정권의 목표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비전으로 내걸었다. 로봇, 자율주행자동차 등 AI를 적용한 산업 기술·시스템인 피지컬 AI 육성에 5년간 6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한 피지컬 AI 지역거점을 광역별로 조성하고 대규모 연구개발(R&D)·실증 추진을 통해 AI 기반 지역 혁신을 촉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바이오헬스, 주택, 물류 등 생활밀접형 제품 300개의 신속한 AI 적용을 지원하고 복지·고용, 납세, 신약 심사 등을 중심으로 공공 부문 AI 도입을 확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AI 시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5000개를 추가 구매해 정부 목표인 3만5000개를 조기 확보하겠다”며 “엔비디아가 GPU 26만 개를 한국에 공급하기로 한 만큼 국내 민간기업이 GPU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AI 대전환으로 군을 현대화해 자주국방에 가까이 가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재래식 무기를 AI 시대에 걸맞은 최첨단 무기체계로 재편하고 스마트 강군으로 신속히 전환할 것”이라며 “국방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우리 염원인 자주국방을 확실히 실현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기본이 튼튼한 사회’를 조성하기 위한 계층·지역 간 양극화와 불평등 완화 의지도 밝혔다. “시대 변화의 충격을 가장 빨리, 가장 크게 받는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라며 생계급여 지원, 장애인 일자리 확충 등을 약속했다.
야당이 대통령 시정연설을 전면 보이콧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22년 10월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불참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시작할 때 국민의힘 쪽 빈 의석을 응시하며 “좀 허전하군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에 통과돼 대한민국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초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며 재차 빈 국민의힘 의석 쪽을 바라봤다.
강현우/최해련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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