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쓰이는 당뇨병 치료제가 파킨슨병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필휴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와 정승호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김연주 연세대 의대 의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먹는 형태의 당뇨병 치료제인 DPP-4 억제제 '시타글립틴'이 장내 파킨슨병 유발 단백질 축적을 차단해 발병과 진행을 억제하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퇴행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은 중뇌 도파민 신경세포에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이 쌓여 발생하는데, 뇌에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이 쌓이는 뚜렷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최근 해당 단백질 응집체가 장에서 시작해 미주신경을 따라 뇌로 이동한다는 '장-뇌 연결 축' 가설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연구팀은 '시타글립틴'이 인슐린 분비를 늘리고 혈당을 낮추는 것 외에도 신경세포 보호 효과를 가진다는 점에 착안해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먼저 도파민 신경세포를 손상하는 로테논을 실험용 쥐에 투여해 파킨슨병을 유발했다.
로테논에 지속해서 노출된 쥐는 알파-시누클레인 응집체가 장-뇌 연결 축을 따라 이동했고, 6개월 이후에는 도파민 신경세포 손상과 함께 떨림, 경직 등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났다.
이후 쥐에 당뇨병 치료제인 '시타글립틴'을 병용해서 투여하자 장에서 염증 반응은 물론 알파-시누클레인 응집체도 감소했다. 도파민 신경세포 손상이 절반 가까이 줄었고, 운동 능력도 개선됐다.
연구팀은 "DPP-4 억제제인 시타글립틴이 파킨슨병의 장-뇌 연결 축을 끊으면서 병의 진행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당뇨병 약물이 파킨슨병 진행 억제제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 결과"라면서 "파킨슨병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을 넘어 예방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거트(Gut)'에 게재됐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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