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소비재 산업의 중국 시장 전략이 바뀌고 있다. 과거 '글로벌 표준'과 '직접 통제'를 통해 고성장하던 시대가 저물었다는 분석이다. 대신 현지 파트너에게 운영 주도권을 넘기며 리스크를 분담하는 이른바 ‘차이나 2.0' 모델로 재편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번 스타벅스의 결정은 1999년 중국 진출 이후 직영과 라이선스를 병행한 모델을 포기한 것이다. 스타벅스가 더 이상 현지 운영자가 아닌 브랜드와 지식재산권(IP)을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는 '라이선서' 역할만 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내 약 8,000개 스타벅스 매장의 운영권은 JV로 이관된다.
브라이언 니콜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파트너십은 스타벅스의 지속적인 혁신과 중국 내 장기 성장 가속화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강조하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보위 캐피털의 깊은 현지 지식과 전문성이 특히 중소도시 및 신규 지역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벅스가 '성장 가속화'를 내세웠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의 '백기 투항' 또는 '전략적 후퇴'로 해석한다. 스타벅스는 이른바 '제3의 공간'이라는 프리미엄 경험 전략으로 중국 시장을 개척하려고 했다. 이는 중국 토종 경쟁자들이 주도한 '가격'과 '속도'의 전쟁 앞에 철저히 무력화됐다는 분석이다. 맥도날드, 얌 브랜즈에 이어 스타벅스마저 중국 현지 사업의 벽을 확인했다는 의견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스타벅스의 중국 커피 전문점 시장 점유율은 2019년 약 34%에서 2024년 14% 수준으로 하락했다. 5년 만에 점유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다른 분석에서는 2017년 최고 42% 수준에 달했던 점유율이 현재 수준까지 하락했다고 보기도 한다.

이란 몰락의 직접적 원인은 중국 토종 브랜드의 파괴적인 공세다. 루이싱 커피는 스타벅스가 구축한 시장의 규칙을 뒤엎었다는 평가다. 2018년 첫 매장을 연 루이싱은 공격적인 확장 전략으로 최근 중국 내 매장 수를 약 2만 6000개까지 늘렸다. 이는 스타벅스의 세 배를 넘어서는 규모다. 매출에서도 루이싱이 스타벅스 중국 사업부를 추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매켄지 앤드 컴퍼니는 2025년 중국 소비 시장 보고서에서 "중국 소비자들이 '더 낮은 가격에 더 좋은 제품을 제공하는 현지 브랜드로 강력하게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타벅스의 프리미엄 전략을 파괴한 결정적인 무기는 가격이었다. 루이싱과 후발 주자인 코티 커피는 프로모션 기준 한 잔에 9.9위안짜리 라테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이는 평균 30위안 안팎인 스타벅스 가격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 커피 시장은 2023년부터 '9.9위안'이 표준 가격이 되는 치킨 게임에 돌입했다. 심지어 8.8위안 메뉴(코티 커피), 3.9위안 아메리카노까지 등장하는 등 출혈 경쟁이 심화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소비자들이 갈수록 지갑을 여는 데 신중해지면서 10위안 내외 테이크아웃 커피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스타벅스의 30위안대 음료가 '굳이 돈 주고 살 필요 없는 사치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소셜 미디어 마케팅 및 컨설팅 에이전시 와이 소셜(Wai Social) 설립자 올리비아 플롯닉은 "스타벅스가 중국 커피 문화를 개척한 선구자였지만, 중국 특유의 '광속 전개'를 과소평가했다"며 "루이싱과 코티는 기술로 무장한 저가 전략으로 가격·접근성·현지 입맛 모든 면에서 스타벅스를 추월했다"고 지적했다.

루이싱은 운영 모델에서도 스타벅스를 압도했다는 분석이다. 루이싱은 100% 디지털 앱 기반 주문과 배달 및 픽업에 최적화된 소형 매장 전략을 구사했다. 자체 앱 주문 후 매장에서 바로 픽업하는 방식과 메이투안, 어러머 등 배달 플랫폼을 통한 외부 배송을 적극 활용했다. 스타벅스의 강점이었던 매장 공간 경험을 무력화했다.
스타벅스는 현지 메뉴 트렌드에서도 뒤처졌다는 의견도 있다. 루이싱은 다양한 밀크티 디저트류와 현지화된 음료(마오타이 라테, 생코코넛 라테)를 공격적으로 출시하며 젊은 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젊은 세대일수록 시원하고 달콤하며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기 좋은 비주얼의 음료를 선호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스타벅스는 가격 인하 압박에 굴복했다. 지난 6월에는 중국 진출 이후 최초로 일부 비커피 아이스 음료 가격을 평균 5위안 인하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브랜드 정체성 훼손과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다. 올 3분기 스타벅스 중국 동일 매장 매출은 2% 증가에 그쳤다. 방문객 수는 6% 늘었지만 객단가(-4%)가 떨어졌다.
이런 전략은 중국의 지리적·문화적 다양성 앞에서 좌초했다는 분석이다. 직영 모델은 베이징, 상하이 등 이른바 '1선 도시'에서는 성공했다. 하지만 3~4선 중소도시로 확장하는 데는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필요했다. 매장당 투자 비용이 높고 회수 기간이 긴 스타벅스의 자산 집약적 모델로는 중저가 위주의 중소도시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스타벅스가 '품질 통제'라는 자존심을 내세워 확장을 주저하는 사이, 루이싱과 코티는 가벼운 프랜차이즈 모델로 3~4선 도시를 순식간에 선점했다.
스타벅스의 이번 딜은 선례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7년 맥도날드의 전략이다. 맥도날드는 2017년 중국 본토 및 홍콩 사업 지분 80%를 중국 국영기업 CITIC(중신그룹) 및 칼라일 그룹 컨소시엄에 약 21억 달러에 매각했다. 해당 JV는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ITIC의 부동산·물류 역량을 등에 업고 2017년 이후 매장 수를 5500개 이상으로 두 배 늘렸다.

맥도날드 본사는 중국 JV의 기업 가치가 커지자 2023년 칼라일의 지분을 다시 사들여 JV 지분을 20%에서 48%로 늘리기도 했다. 이는 'JV 설립 → 현지 파트너를 통한 확장 → 기업가치 극대화 → 본사의 지분 바이백'으로 이어지는 JV의 모범적인 라이프 사이클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KFC와 피자헛을 운영하는 얌 브랜즈도 2016년 중국 사업부를 모회사에서 완전히 분리해 뉴욕 증시에 별도 상장시켰다. 이는 중국 시장에만 집중하며 신속하게 사업할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스타벅스의 중국에서 JV 전환이 애플, 나이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등 모든 서구 소비재 기업에 적용될 '차이나 2.0'의 새로운 표준이 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스타벅스, 맥도날드, 이케아(IKEA) 등 퀵서비스레스토랑(QSR) 및 중저가 리테일 부문의 특징은 극심한 가격 경쟁에 노출되어 있고, 빠른 속도의 매장 확장(규모의 경제)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또 프리미엄 브랜드 통제보다 '현지화된 운영 효율성'이 생존에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들 업체에 '현지 JV를 통한 자산 경량화'는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될 수 있다.
반면, LVMH, 에르메스, 애플 등 럭셔리 및 하이테크 산업은 정반대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직영 투자 강화와 브랜드 통제권 고수 전략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산업의 핵심 자산은 '희소성'과 '브랜드 헤리티지'다. 이는 현지 파트너에게 위임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분석이다. 이들의 제품은 중국 로컬 브랜드가 쉽게 대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현지 JV는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올해 초 투자자 서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0년 후에도 우리 브랜드가 오늘날처럼 매력적으로 남아있는 것"이라며 "이익은 우리가 잘한 일의 결과일 뿐,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경영 환경에서 스타벅스는 잠재적인 불매 운동이나 규제 리스크의 1순위 타깃이 되기 쉽다. '스타벅스 2024년 연례보고서'에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관세 부담과 중국 내 반미 정서로 인한 불매 위험이 주요 리스크로 명시되기도 했다. 최근 중국 SNS에서는 한 부모가 8살 자녀에게 '애국심 교육'이라며 스타벅스 매장 손님들을 비난하라고 말하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타벅스 본사의 중국 '직영 실패'는 한국의 'JV 성공'과 대조된다는 분석이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1999년 이마트와 스타벅스 본사의 50:50 JV로 시작했다. 2021년 이마트가 최대 주주(67.5%)가 됐고, 싱가포르 투자청(GIC)이 참여(32.5%)하는 구조로 재편됐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이마트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 특화된 메뉴(쑥, 흑임자 라테 등)와 앱 서비스(사이렌 오더), 굿즈 마케팅을 통해 성공을 거두었다는 평가다. 스타벅스 중국은 4년 전 한국 시장에서 검증된 '성공 방정식'을 뒤늦게 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의견도 있다. 스타벅스의 중국 후퇴는 한국 프랜차이즈에 중국 시장이 얼마나 성공하기 힘든지 다시 일깨워준다.
[글로벌 머니 X파일은 중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 돈의 흐름을 짚어드립니다. 필요한 글로벌 경제 뉴스를 편하게 보시려면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 주세요]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