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창작 뮤지컬 최초로 토니상을 받은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를 넘어 내년 대만과 일본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대작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브로드웨이에서 오픈런(폐막일 없이 상시 공연)을 이어가는 한편 아시아 시장에선 한국어 버전 오리지널 무대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뮤지컬 변방국이던 한국이 ‘아시아의 브로드웨이’로 급성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6년 대학로 소극장에서 초연한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을 돕는 두 헬퍼봇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브로드웨이를 접수한 이 작품의 다음 행선지는 아시아 시장. 대만은 ‘어쩌면 해피엔딩’이 한 번도 진출한 적 없는 나라이고 일본은 2017년 5월 제작사 신스웨이브가 한국인 배우가 출연하는 공연을 올린 곳이다. 당시 도쿄 공연에선 배우 의상을 비롯해 무대 연출 전반이 현지 관객 취향에 맞게 바뀌었다.
이번엔 다르다. 한국 배우가 한국어로 연기할 뿐 아니라 무대 연출도 오리지널 버전을 그대로 가져간다. 공연장에서 현지어로 자막이 달릴 뿐이다. 이번 초청 무대에서 흥행 가능성이 확인된다면 현지 언어로 각색한 라이선스 작품 계약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는 “기존에는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지화하는 게 당연했다면 이제는 ‘어쩌면 해피엔딩’을 중심으로 오리지널 공연이 해외 무대에 오르는 흐름이 조성되고 있다”며 “아시아 시장의 브로드웨이로서 한국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연에선 한 가지 소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했다면 이번에는 무대 세트가 회전하고 솟아오르는 등 입체적 연출이 돋보인다. 한 프로듀서는 “음악감독과 의상 디자이너를 제외하고 연출, 안무, 영상·조명·음향·소품 디자이너 등이 모두 바뀌었다”며 “대부분 지난 공연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대본을 바탕으로 무대를 새로 꾸몄다”고 했다.
지난해 8월 박 작가는 “투자사 한 곳이 갑자기 투자를 철회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한 프로듀서는 회사의 투자 결정을 끌어내며 브로드웨이 진출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어쩌면 해피엔딩’을 구했다. NHN링크는 브로드웨이 신작 뮤지컬에 투자하는 등 제작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 프로듀서는 “티켓 판매 수수료로 번 돈을 좋은 작품을 제작하는 데 투입해 공연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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