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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주앙 피레스 "이제 피아니스트가 아닙니다" 반세기 음악 여정에 마침표

입력 2025-11-05 17:46   수정 2025-11-05 23:23

“저는 더 이상 피아니스트가 아닙니다.”

지난 1일 포르투갈 출신 세계적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레스(81·사진)가 은퇴를 선언했다. 반세기 넘게 이어온 자신의 피아니즘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피레스는 리스본 굴벤키안재단에서 열린 ‘헬레나바즈다시우바 유럽상’ 시상식 후 진행된 현지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은퇴 의사를 밝히고 예술가들을 위해 1999년 세운 벨가이스예술센터를 매각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지난 6월 경미한 뇌졸중으로 공연 활동을 중단한 그는 “건강의 위기는 오히려 기회를 줬다”며 “한때 중요하다고 믿은 것들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고 했다. 시골에서 지내며 자연과 대화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은퇴의 소회가 아니었다. 예술과 사회에 대한 경종이었다. 피레스는 “경쟁은 전쟁이다. 무기만 다를 뿐 결과는 언제나 어떤 것의 죽음”이라며 오늘날 예술계와 사회의 경쟁 구조를 비판했다. “아이들은 의식의 부재로 갈증을 겪고 있고 세상은 쓰레기로 가득하다”는 그의 말은 그가 오랫동안 품은 예술의 윤리와 인간적 사유를 압축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피아노를 연주하지만 “무대가 아니라 개인적인 순간에만 그리고 자주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의 소소한 연주는 음악가로서의 사회적 정체성 자체를 내려놓는 선택이었다. 피레스가 ‘헬레나바즈다시우바 유럽상’을 받은 것은 벨가이스예술센터를 통한 활동 덕분이다. 이 상은 유럽 문화유산단체와 포르투갈 언론단체 등이 2013년 공동 제정했으며 유럽 문화유산을 대중에게 알린 유럽 인물 또는 단체에 주어진다. 문학, 음악, 보도, 사진, 다큐멘터리 등 여러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심사위원단은 피레스의 수상에 대해 “그의 작업은 공연을 넘어 교육자, 문화사상가 역할을 포함하며 연민, 포용, 예술적 탁월성의 가치를 뿌리내렸다”고 밝혔다.

네 살 때부터 피아노 신동으로 꼽히며 평생을 음악에 헌신한 피레스는 모차르트와 슈베르트 해석의 새로운 기준을 세운 피아니스트로 평가받았다. 투명한 음색, 깊은 내면 표현으로 ‘시적 피아니즘’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1970년대부터 도이체그라모폰(DG)과 협업하며 남긴 모차르트 협주곡과 소나타 전집은 지금도 명반으로 꼽힌다. 화려한 기교보다 음악의 본질, 인간적인 성찰을 추구한 피레스는 ‘연주를 통한 철학적 대화’라는 예술관으로도 유명하다. 윤리적이면서 미학적 방향을 견지한 피레스의 내한 공연은 지난해 가을 무대가 마지막이었다. 서구 음악계 일부에서는 피레스의 은퇴 선언을 두고 “연주자 경력의 마무리를 새롭게 정의한 사례”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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