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22대 총선 공약으로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상향과 연계한 정년 65세 연장을 2025년 내 입법하겠다고 했고,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과제에도 이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 역시 지난 6월 2033년까지 정년을 65세로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내 정년연장특위도 지난 3일 첫 회의를 열고 논의에 착수했다. 그러나 특위가 “세대 간 형평성과 공평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자, 노동계가 즉각적인 공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양대 노총은 경제계가 대안으로 제시한 ‘퇴직 후 재고용’ 방안에 대해서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일률적인 정년 연장은 생산성 저하는 물론 가뜩이나 부족한 청년 일자리를 더욱 위협할 수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2022년 11월 이후 지난달까지 3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또한 지난 20년간(2004~2024년) 대기업 정규직 고령자 고용은 493% 증가한 반면 청년 고용은 오히려 1.8% 감소했다. 지난 8월 구직 활동조차 하지 않아 ‘쉬었음’으로 분류되는 청년이 44만7000명에 달했다. 정년 연장은 노동계 내부에서도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견이 클 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고령층 일자리 보호에 밀려 청년 채용이 줄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는 과장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야당 지도자일 때와 국민 전체를 대표할 때는 판단이 달라야 한다”고 했다. 정확한 지적으로, 노동계의 ‘65세 정년 청구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노동계에 대한 정치적 보은이 아니라, 고령사회에 걸맞은 유연하고 효율적인 노동시장 개혁이다. 생산성과 세대 균형을 흔드는 포퓰리즘식 입법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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