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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다양성, AI가 대체 못 해…인문학 기초체력 갖춰야 생존"

입력 2025-11-05 17:45   수정 2025-11-06 00:43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집을 짓는 벽돌공이 아니라 더 살기 좋은 집을 설계하는 건축가가 돼야 합니다.”

5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5’에서는 ‘혁신과 창조의 미래’를 주제로 한 글로벌인재포럼 20주년 특별대담이 마련돼 주목을 끌었다. 좌장을 맡은 염재호 태재대 총장은 “자동차와 달리기 시합을 하는 것이 무의미하듯 AI와 지식으로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AI 시대, 인간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혁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창조적인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교육이 강조되는 이유다. 이날 대담에 참석한 석학들은 AI에 대한 거부감보다 ‘공생의 기술’을 익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섭·호기심…인간 경쟁력의 핵심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호모 심비우스’(공생하는 인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연이 경쟁이 아니라 공진화를 통해 가장 성공적으로 번영했듯, AI와의 공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은 AI에게 직업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AI를 먼저 활용하는 사람에게 빼앗길 것”이라며 “기술에 대한 과도한 거부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 석좌교수는 공생을 위한 ‘기초체력’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셰익스피어 문학 같은 고전을 읽히고 기초과학을 중시하는 하버드대, 예일대,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의 교육 방식을 예로 들었다. 그는 “수백 년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들 대학은 인문학과 기초과학을 통해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시대를 초월한 생존력임을 깨달았다”며 “AI 시대에는 새로운 인문학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인간의 다양성이 AI에 대항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 석좌교수는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하는 능력은 AI가 따라 할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이라며 “소통하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이해하는 통섭형 인재가 점점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초의 질문을 던지는 설계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마존이 최근 1만4000명을 해고했는데 대부분이 코딩 엔지니어였다”며 “AI가 더 잘할 수 있는 코딩이 아니라 호기심을 가지고 AI에게 문제 해결을 요구할 수 있는 인재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꿈꾸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최 명예교수는 “AI는 스스로 궁금해하거나 무모할 정도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다”며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구체화하는 인간이 결국 창조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재 육성을 위해 교육의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데도 의견이 모였다. 최 명예교수는 한국을 ‘추격국가’ ‘지식수입국가’ ‘전술국가’로 진단하며 “이제는 ‘선도국가’ ‘지식생산국가’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교육은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을 키워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기존의 틀을 깨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교과서에 나온 이야기조차 진리라고 믿지 말고, 삐딱하게 질문하고 논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 기업이 ‘그랜드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물이 없는 세탁기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사례를 소개했다.

이 교수는 “해법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질문이 혁신의 출발점”이라며 “모든 혁신적 기술은 도전적인 질문과 엉성한 답을 고쳐가는 스케일업을 통해 탄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본적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는 질문, 미래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인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영연/라현진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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