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개장 직후 1.61% 하락하며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오전 10시34분 3867.81까지 주저앉았다. 직전 고점인 4200선에서 순식간에 10%나 밀렸다.
그동안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주도주가 일제히 무너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4.10%, 1.19% 하락했다. 반도체주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한 효성중공업(-2.97%) LS일렉트릭(-5.94%) 등 전력기기 관련주도 급락했다. 한화오션(-7.47%) 등 조선주 하락폭도 컸다.
‘AI주 과열론’이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를 불렀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519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빌미가 된 건 전날 3분기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을 내놓은 팰런티어의 급락이었다. 3분기 주당순이익(EPS)이 시장 예상치를 23% 웃돌았는데도 주가는 8% 하락했다. 3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AMD 역시 시간외거래에서 약세를 보였다. ‘AI주가 오를 대로 오른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수장들도 증시 조정론을 들고나왔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기술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이미 꽉 찼다”며 “앞으로 12~24개월 사이 세계 주식시장이 10~20%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다음달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는 ‘신중론’이 등장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1998~1999년 강세장 때는 상승세가 시작된 지 209일 만에 조정이 이뤄졌고, 44일 만에 마무리됐다. 조정폭은 22%였다. 이후 코스피지수는 약 두 배 더 상승했다. 2003~2007년에도 마찬가지였다. 2003년 이후 80% 뛴 코스피지수는 2004년 4~5월 21% 급락했다. 이후 다시 두 배 넘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9~2011년 강세장 때는 11%, 2020~2021년엔 9.5% 조정이 찾아왔지만 다시 랠리를 이어갔다. 김지영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조정 구간엔 최대 3700까지 내려갈 수 있지만 재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처럼 과격한 랠리는 당분간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추가 상승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AI 관련 기업의 이익 급증,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 등 증시를 이끌어온 펀더멘털(기초체력)은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정환 인터레이스자산운용 대표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200배가 넘는 팰런티어 등 미국 기술주와 다르게 SK하이닉스의 PER은 8배 남짓”이라며 “내년 1~2분기까지는 국내 반도체 기업이 호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증시에서 버블을 논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실적 추정치를 고려하면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분할 매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국회에서 자사주 의무 소각 등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시 매수세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안 대표는 “신흥국 중 밸류에이션이 아무리 낮아도 PBR 기준 1.5배는 돼야 한다”며 “이 기준으로 코스피지수는 최소 4500까지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 기술주가 과격하게 조정받는다면 국내 증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 대만 등 아시아 증시의 최근 랠리는 AI 기술주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미국 기술주가 조정받으면 아시아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심성미/류은혁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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