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스폿이 라이브 공연을 성공적으로 소화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8월 미국 방송사 NBC의 예능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America’s Got Talent)’ 무대에서 K팝 아이돌을 연상케 하는 ‘칼군무’와 백플립(뒤로 공중제비)을 선보이며 환호를 받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에서 스폿 관련 전략과 로드맵 수립을 담당하는 메리 프레인 총괄(사진)은 5일 서면 인터뷰에서 “스폿의 공연 성공은 수없이 실패해도 다시 도전한 결과”라고 말했다.
스폿은 2020년 출시 이후 40개 이상 국가에서 수천 대가 활약하고 있다. 제조업, 전력·원자력발전, 석유·가스·광업 같은 자원산업 등 다양한 현장에 투입됐다. 경찰, 소방관과 함께 공공 안전을 지키고 폭탄을 제거하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에서는 순찰 업무를 맡고 있다.
이렇게 다재다능한 스폿에 춤까지 가르친 이유는 무엇일까. 프레인 총괄은 “스폿을 통해 이전엔 아무도 하지 않던 도전을 하고, 달성하기 어렵지만 완벽을 추구해 봤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적 시도는 새로운 사고, 한계에 도전할 수 있는 영감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예능에 출연한 스폿을 보며 사람들이 로봇과 인공지능(AI)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길이라는 확신을 얻고, 로봇을 유용한 동반자로 여기길 바랐다고도 덧붙였다.
스폿의 모든 무대가 완벽하진 않았다. 6월 ‘아메리카 갓 탤런트’ 무대에서는 스폿 한 대가 공연 중 동작을 멈추기도 했다. 그때 프레인 총괄이 무대에 올라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철학인 “만들고, 부수고, 고친다(build it, break it, fix it)”를 외치며 스폿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날의 경험에 대해 그는 “로봇 공학과 AI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실패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고, 그게 우리의 철학으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바닥이 미끄러운 산업 현장에서 스폿이 자주 넘어지자 강화학습을 통해 수천 번 시도한 끝에 균형 유지에 성공했다. 프레인 총괄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모든 현장에서 어제는 미끄러졌던 스폿이 오늘은 완벽하게 걷도록 했는데, 고객들에게는 마법 같은 순간이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력, 마찰 등 여러 변수를 이겨내고 스폿이 매끄럽게 춤을 출 수 있게끔 하기 위해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전용 소프트웨어(Choreographer)와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 스폿의 무대 공연 한 회를 위해서는 짧아도 수 주일 동안의 기획과 반복이 필요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중국이 로봇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등 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프레인 총괄은 보스턴다이내믹스만의 강력한 경쟁력을 강조했다. 그는 “연구개발(R&D), 제품 상용화 경험 등에서 혁신의 선두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고운/신정은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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