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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정부가 석유 및 가스 산업의 탄소 배출 상한선을 없애는 방향으로 기후 정책을 전환한다. 대신 강화된 탄소 가격제와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 확대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방침은 마크 카니 총리가 내놓은 첫 번째 예산안에서 공개됐다. 그는 "새로운 탄소 가격제와 기술 투자가 시행된다면, 배출 상한제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며 그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는 기존의 ‘배출 총량 제한(cap)’ 정책에서 한발 물러서, 시장 기반의 탄소 감축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셈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정부는 이미 석유 대기업들과 주요 산유지인 앨버타주와 협의 중이며, 산업계와 주 정부가 자체적인 감축 방안을 마련할 경우 상한제 철회를 검토해왔다. 실제로 이 상한제는 법적으로 시행되지 않았고, 2030년 이전 시행 계획도 없었다.
산업계는 상한제가 생산량 축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지속해서 반대해왔으며, 이번 조치로 기업의 부담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환경 정책의 후퇴라는 비판도 있다. 카니 총리가 취임 후 무역과 경기 대응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전 자유당 정부의 환경 기조가 약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산안은 동시에 지난해 제정된 ‘그린 워싱(greenwashing)’ 방지법에 대한 일부 수정도 제안했다. 이 법은 기업이 ‘친환경’을 내세워 소비자나 투자자를 오도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으로, 석유 업계는 법 적용이 모호하고 투자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비판해왔다.
한편 카니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며 주 정부들과 협력해 ‘산업 탄소 가격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은 각 주가 연방 기준에 미달할 경우, 연방의 산업 탄소 가격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범(汎) 캐나다 협약’을 제안했다.
앨버타주는 현재 자체 탄소 가격제를 동결 중이고, 서스캐처원주는 시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앨버타 비즈니스 위원회의 마이크 홀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상한제보다는 산업 탄소 가격제를 강화하는 쪽이 기업들 사이에서 더 수용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미 탈탄소 투자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표적으로 캐나다 6대 오일샌드 기업이 참여한 ‘패스웨이즈 얼라이언스(Pathways Alliance)’는 약 160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CCS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탄소 배출에 대한 명확한 가격 체계가 없으면 이러한 대규모 투자들이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에서 이 프로젝트를 “국가적 변화를 이끌 잠재력이 있는 사업”으로 평가하며, CCS 투자 세액공제 제도의 적용 기한을 5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예산안은 캐나다가 환경 규제의 강도를 ‘직접 규제’에서 ‘시장 유도’로 옮기려는 신호로 읽힌다. 배출 상한제 폐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캐나다의 기후 정책이 새로운 방향으로 궤도 수정을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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