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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의 시간’을 이어가는 사람들,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15주년

입력 2025-11-07 09:11   수정 2025-11-07 17:39

서울국제프라이드 영화제 (이하 ‘프라이드 영화제’)가 올해로 15주년을 맞는다. 국내의 수많은 영화제가 존재하지만, 프라이드 영화제는 (비교적) 후발주자로 시작해 현재는 아시아 최고 규모로 성장한 유일한 영화제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는 영화제가 속해 있는 기구인 아시아 태평양 프라이드 영화제 연맹(APQFFA)의 본부가 한국, 서울로 정해지는 의미 있는 해이다. 영화제의 15년 역사와 국제적인 맥락에서의 올해 영화제의 의미, 그리고 낙원동으로의 귀환에 대해서 김승환 프로그래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에 비해서는 탄생이 늦지만, 그 역사가 짧지 않음에도 대중에게 다소 덜 알려진 듯한 느낌이다. 2011년 영화제가 시작된 탄생 배경과 당시 반응 등이 궁금하다.

“사실 영화제가 생기기 이전에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인 김조광수 감독의 작품들로 해외의 많은 영화제들과 퀴어 영화제들로부터 초청받아 이미 넓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던 터였다. 그곳에서 만난 해외 영화제 관계자들, 그리고 퀴어 영화제 위원장들이 한국에서는 왜 아무도 퀴어 영화제를 만들지 않냐는 질문들을 해오곤 했다. 그런 질문과 논의가 반복되면서 언젠가부터는 정말로 한국에 퀴어 영화제를 만들어야겠다,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내 김조광수 감독이 실행하시게 된 것이다.
초반의 반응을 생각하면 홍보를 거의 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관객들이 찾아왔다. 현재는 이성애자 관객들이 거의 반을 차지하지만, 당시에는 퀴어 관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객석이 거의 다 찰 정도로 호황이었다.”

▷ 현재도 퀴어 커뮤니티를 향한 차별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15년이 흐른 지금은 과거에 비해 많은 것들이 바뀌었을 것 같은 생각이다.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 가령 관객층이나 영화제를 즐기는 문화 같은 것들 말이다.

“15년 전에는 영화제를 위한 대관도 해주려고 하지 않았다. 특히 멀티플렉스는 더더욱 불가능했다. 가장 오랜 시간 함께 했던 CGV 명동 씨네라이브러리 같은 경우도 사실은 그 지점 담당자의 호의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여정이었다. 워낙 퀴어 영화 중 예술적인 작품들이 많았고, 씨네필들이 모이는 공간인 명동 씨네라이브러리와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지금은 공간이 없어져서 종로3가의 CGV 피카디리로 이사를 하게 되었지만 낙원동의 상징성을 생각한다면 지금도 꽤 의미 있는 둥지를 찾은 것 같다.
관객들도 많이 변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예매를 하고 극장에 오는 것이 아닌 일단 극장에 와서 영화를 고르는 경우가 많아서 현장에서 영화를 보고 환불을 요청하는 관객들이 꽤 있었다. 본인들이 생각했던 영화가 아니니 환불을 해달라는 것이다. 현재는 그런 관객은 없다. 대부분 퀴어 영화를 즐기고 접하고 싶어 하는 호의적인 관객들이다. 아마도 미국의 동성결혼 합법화 이후가 기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관객들을 보고 있으면 대중의 문화적 기류를 (한국의) 법과 제도가 못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 일반관객의 변화가 있었다면 이 영화제의 진짜 주인공인 퀴어 커뮤니티의 관객들도 바뀐 문화가 있을 것 같은 예상이다.

“그렇다. 예전에는 본인들이 이 영화제에 와서 영화를 보는 것을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 관객들이 많았다. 퀴어 영화제에 와서 퀴어 영화를 보고 있다는 것을 지인들에게 들키면 곧 정체성을 들키게 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일반 관객이 찾는 것을 불편해하거나, 너무 유명한 영화는 피하거나 하는 경향이 있었을 정도다. 현재의 변화가 있다면 지금은 일반 관객이 많아도, 유명한 영화라도 불편해하거나 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너무 유명한 영화라고 칭하신 걸 보면 퀴어 관객들이 더 선호하는 마이너한 영화가 따로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 (웃음). 일반적으로 퀴어 관객들은 더 직설적인 작품들을 좋아하는 듯하다. 금기와 욕망을 더 생생히 그린 영화랄까. 그런 영화들에서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는 것 같다.”



▷ 나 역시 프라이드 영화제를 찾는 관객으로서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들을 매우 흥미롭게 보았다. LGBTQ 관객뿐 아니라 모두가 즐길만한 수작들, 그리고 귀 기울일 만한 이슈를 가진 작품들이 많이 상영된다. 프로그래밍에 있어 어떤 점에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지.

“프라이드 영화제는 다른 일반적인 영화제처럼 오로지 완성도, 혹은 예술적이거나 영화사적인 가치로만 영화를 선정하고 상영할 수 없다. 일반 관객을 고려해서 잘 알려진 아트하우스 퀴어 영화도 선정하지만, 무엇보다 퀴어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취향’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웃음). 따라서 다양한 취향과 관객층, 즉 일반 관객, 퀴어 관객, 그리고 씨네필들까지 적어도 세 군단의 취향과 수준을 고려하고 있다.”

▷ 올해 영화제에 가장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면 낙원동 CGV 피카디리로 둥지를 옮겼다는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퀴어 영화제가 낙원동에서 열린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유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낙원동으로 이전한 이유 그리고 이 공간에서 기획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

“사실 비슷한 코멘트를 오늘 한 외신기자분에게도 받았다. 최근 세계적으로 유명한 LGBT 영화제들이 퀴어, 게이 커뮤니티 지역에서 시작을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해지면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 영화제의 경우, 오히려 낙원동, 즉 한국 게이문화의 허브라고 할 수 있는 곳으로 돌아오게 되어서 오히려 문화운동면에서 더 의미가 있지 않으냐라는 말씀이었다. 나 역시 공감하는 바이다. 명동 CGV 씨네라이브러리가 폐관하게 되면서 이전이 우연찮게 일어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커뮤니티의 새로운 상징이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낙원동의 15개 정도의 게이바들과 협업을 하는 이벤트도 만들었다. 작은 시작이지만 커뮤니티와 해 볼 수 있는 재미난 일들이 많을 것 같다.”

▷ 한국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퀴어 콘텐츠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영화제의 관점에서는 반가운 현상일 것 같다. 김승환 프로그래머가 바라보는 최근 한국영화/드라마의 퀴어 콘텐츠의 경향이 있다면.

“한국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퀴어 컨텐츠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영화제의 관점에서는 반가운 현상일 것 같다. 김승환 프로그래머가 바라보는 최근 한국영화/드라마의 퀴어 컨텐츠의 경향이 있다면.”

▷ 개·폐막작을 제외하고 올해 영화제에서 눈여겨 봐야 할 작품이 있다면.

“두 편을 추천하고 싶다. 한 편은 <스테이트 어브 퍼스트> (State of Firsts)라는 다큐멘터리다. 미국 최초의 트랜스젠더 연방의원인 사라 맥브라이드를 조명한 작품이다. 트럼프 정권에서 그녀의 행보는 더욱더 당차고 아름답다. 재미있게 보실 수 있는 작품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또 다른 작품은 <실버스타> (Silverstar)라는 극영화다. 한 20대 여성이 출옥하고 나서 10대 미혼모를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션 베이커의 <텐저린>을 연상하게 할 정도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압도적인 영화다.”




▷ 영화제가 앞으로 20주년, 30주년, 그리고 그 이후로도 건재하길 바라고 있다. 영화제의 존속을 위해서 영화제가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많은 것,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공신력 있는 언론에서 우리 영화제를 조명하고, 다루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튜브나 SNS로 홍보를 하는 것이 주류가 되어가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레거시 미디어가 공식적이고 공정하게 영화제를 다뤄주는 것이 현재 영화제, 그리고 앞으로의 영화제에 행보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영화제는 사람과 영화가 모이는 곳이다. 많은 사람과 많은 영화가 모이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다.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15년 동안 차곡차곡 선한 명분과 마땅한 아젠다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영화들을 모아왔다. 더군다나 영화제는 지금 이루고 받은 것에 몇 배를 더해 작은 영화들과 창작자들에게 돌려주는 노력을 하는 중이다. 영화제가 새로운 터전, 낙원동에서 또 다른, 혹은 더 넓은 명분으로 현재의 활약을 키워 갈 수 있도록 매우 축복하는 바이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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