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10시께 서울 마포구 A 소아청소년과는 오전 진료를 받기 위해 방문한 약 20명의 환자들로 붐볐다. ‘독감접종’ 푯말이 붙어있는 안내데스크에서 간호사가 잇따라 방문하는 내원객에게 대기시간이 약 30~40분라고 일일이 설명했다. 간호사 이민정씨는 “최근 내원객의 대다수가 독감 예방 주사를 맞기 위해 찾는다”며 “이번 주 들어 하루에 오전에는 20명, 오후에는 40명 가까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11월 들어 독감 유행이 예년보다 빠르게 확산하면서 동네병원을 찾는 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벌써부터 일부 약국에선 독감 치료제 품절 현상이 빚어지고 있고 병원에서도 조만간 백신 치료제가 조기 소진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제 때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할까란 두려움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일부 소아과는 내원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작년에는 12월 중순께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뒤 환자 수가 급격히 늘었고 1월 초 정점 당시에는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청은 이번에도 지난달부터 시작된 독감 확산세가 지난 절기와 비슷한 규모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서울 강남 대치동 일대 등 학원가가 밀집한 일부 지역 약국에서는 타미플루, 한미플루 등 주요 치료제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감기약 구하는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의견도 나온다. 강동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강모 씨(53)는 “9월 말부터 접종을 시작했지만 이번 주 들어 유행 관련 뉴스가 나오면서 환자들이 급격히 늘었다”며 “약 1600인분의 백신을 확보했지만 조만간 동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소아청소년과가 줄어든 데다 독감과 장염이 동시에 유행할 당시 ‘소아과 오픈런’과 ‘대리 줄서기 알바’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엔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하던 독감이 이제는 7세 미만 영유아로 확산됐다”며 “항체가 형성되려면 2주 정도가 걸리는데 접종 일정은 예년과 같아도 유행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올해는 상대적으로 백신 접종이 늦어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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