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적국’이 아닌 ‘외국’에서 일어난 스파이 행위에 대한 처벌도 할 수 있게 하는 간첩법(형법 98조)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적국으로 규정된 북한이 아닌 중국 등지로 민감한 산업 정보나 국가 기밀을 빼돌려도 처벌할 수 없는 문제를 보완한다는 취지다.
6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간첩법 개정안 등 주요 법안 처리를 요청했다. 법무부는 해당 조항에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꿔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간첩법 개정안에 포함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간첩법은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하거나 군사상 기밀을 적국에 누설한 경우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처벌 대상을 ‘적국’으로 한정해 적국이 아닌 국가에 대한민국의 국가기밀을 누설하는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현행 간첩법만으로는 처벌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다.
간첩법이 사실상 북한 관련 사안에만 적용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작년 6월 부산에서는 중국인 유학생 3명이 해군작전사령부와 미국 항공모함 등을 드론으로 몰래 촬영하다 적발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2023년 3월부터 2024년 6월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군 기지를 촬영했고, 촬영물은 중국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무단 유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처벌 대상을 ‘적국’으로 한정한 현행 간첩법으로는 이들을 처벌하기 어려웠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관련뉴스






